[칵테일] 복싱 영웅도 국세청은 못 이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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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 파퀴아오

복싱 역사상 최초로 8개 체급 석권. 59전 54승(38KO) 2무 3패.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34·필리핀·사진)의 화려한 전적이다. 수많은 상대가 그를 쓰러뜨리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오히려 파퀴아오의 펀치에 맞아 무릎을 꿇었다. 파퀴아오는 쓰러뜨리기 힘든 상대였다. 적어도 링 위에서는.

 그런데 정치판은 링과 달랐다. 정치에 발을 들인 복싱 영웅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최근 필리핀 국세청이 파퀴아오를 탈세 혐의로 고발했다고 AP통신이 9일 보도했다. 검찰은 조만간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파퀴아오가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징역 2년형을 받을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파퀴아오는 회계장부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계속 무시해 고발하게 됐다”며 “2010년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필리핀 국세청의 이번 조치는 현 정권이 파퀴아오를 정치적으로 제거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파퀴아오는 2010년 필리핀 하원의원으로 당선해 정계에 진출했으며, 글로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베니그노 아키노 현 대통령은 아로요 전 대통령 측 인사들과 껄끄러운 관계를 보여왔다.

 파퀴아오의 재력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껏 타이틀전과 방어전을 수없이 치렀고, 거액의 파이트머니를 챙겼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프로스포츠 스타 수입 순위에서 파퀴아오는 4200만 달러(약 470억원)를 벌어 8위에 올랐다. 톱10에 이름을 올린 아시아 스타는 파퀴아오가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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