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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기서 5골, 메시는 가장 늦게까지 연습하고 동료를 먼저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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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리오넬 메시가 8일 레버쿠젠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자신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오른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메시는 다섯 골을 넣어 챔피언스리그 한 경기 개인 최다골 기록을 세웠다. [바르셀로나(스페인) AP=연합뉴스]
세레르(左), 메시(右)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는 오나라 도독 주유가 형주 쟁탈전에서 촉나라에 패한 뒤 죽음을 앞두고 “하늘은 어찌하여 나를 낳고, 또 제갈량을 낳았는가”라고 탄식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보다 뛰어난 라이벌을 바라보는 좌절감과 슬픔의 표현이다.

 시간을 21세기로, 무대를 유럽 축구로 옮기면 리오넬 메시(25· FC 바르셀로나)를 바라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레알 마드리드)의 마음이 주유의 그것과 닮아 있다. 호날두는 눈을 현혹시키는 화려한 플레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승리의 영광은 언제나 메시의 몫이다. 적어도 지금까진 그렇다.

 8일(한국시간) 열린 바르셀로나와 레버쿠젠(독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은 호날두를 또 한번 한숨짓게 했다. 이날 메시는 홀로 빛났다. 5골을 몰아치며 소속팀 바르셀로나에 7-1 대승을 선사했다. 한 경기 5골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한 경기 개인 최다골 기록이다.

 ‘나홀로 대량 득점’은 메시의 챔피언스리그 네 시즌 연속 득점왕 등극 가능성도 높였다. 올 시즌 메시는 챔스 일곱 경기에서 12골을 터뜨려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마리오 고메스(6골·바이에른 뮌헨)와는 6골 차다. 득점왕 등극이 유력하다. 통산 성적 또한 무시무시하다. 2004년 프로 데뷔 이후 총 311경기에 출장해 228골·93도움을 쌓아올렸다. 올 시즌엔 42경기에서 48골·20도움을 기록 중이다. 매 경기 한 골 이상을 넣은 셈이다.

 불리한 신체조건(신장 1m69㎝·체중 67㎏)을 딛고 메시가 극강의 골잡이로 떠오른 배경에는 바르셀로나의 효과적인 선수 육성 프로그램이 있었다. 메시는 13세이던 2000년에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의 일원이 됐다. 이후 꾸준히 월반을 거듭하며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유년 시절의 메시를 지도한 바 있는 페페 세레르(46) 대교 시흥 FC바르셀로나 축구학교 총감독의 회상이다. “메시는 어려서부터 재능이 남달랐다. 신체·심리·기술 영역에서 모두 탁월했다. 특히 무척 빨랐다. 순간 스피드는 그때도 지금 못지않았다. 코치들과 함께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세레르 총감독은 메시의 고속 성장에 대해 “바르셀로나의 선수 육성 이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 애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메시는 창의성과 협동정신, 적극성 등 바르셀로나가 강조하는 모든 영역에서 두루 뛰어났다”고 회고한 그는 “훈련 과정에서 빠른 판단력으로 상대 선수보다 먼저 움직였고, 늘 동료를 우선시했다. 볼을 빼앗기면 적극적으로 압박해 기어이 되찾아오는 등 투쟁심도 남달랐다. 가장 먼저 훈련장에 나오고 가장 늦게 돌아갈 정도로 성실한 선수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세레르 총감독은 “메시는 언제나 침착하다. 그리고 지능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공략한다. 바르셀로나가 기대하는 ‘완성형 선수’에 가장 가깝다”고 옛 제자를 칭찬했다.

송지훈 기자

앙리 “메시는 인간이 아니다”

◆메시 다섯 골에 대한 반응

과르디올라(바르셀로나 감독) “내가 그의 코치였다고 앞으로 영원히 자랑할 것이다. 한 경기에 다섯이라니. 난 통산 기록이 11골이다.”

 루니(맨유) “농담 아냐? 메시는 내게 영원한 최고.”

 잭 윌셔(아스널) “이 녀석을 볼 수 있어 정말 기쁘다. 바로 메시.”

 팔코(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거 챔피언스리그 맞아? 플레이스테이션 아냐. 막을 수가 없군.”

 오언(맨유) “몇몇 축구 레전드를 내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아마 메시만큼 잘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더트(레버쿠젠 감독) “축구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메시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그는 차원이 다르다.”

◆메시에 대한 그간의 평가

 티에리 앙리(뉴욕 레드불) “메시는 인간이 아니다. 그는 훈련 때도 지고 있으면 모든 선수를 제치고 동점골을 넣고야 마는 선수다.”

 호나우두(전 브라질 대표)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장 위협적인 팀은 아르헨티나가 될 것이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메시, 둘째 메시, 셋째도 메시.”

 앤디 콜(전 잉글랜드 대표) “난 호날두와 루니의 팬이다. 그런데 메시는 더 높은 레벨에서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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