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하니웰 인수 안팎] 미국 업계 "과연 잭 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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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잭 웰치다!"

GE가 전광석화(電光石火)같은 빠른 의사결정으로 하니웰을 전격 인수하는 과정을 지켜본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탄사를 금치 못했다.

GE의 잭 웰치 회장이 경쟁사인 유타이티드 테크놀로지(UT)가 하니웰을 인수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19일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GE의 자회사인 CNBC의 특종 보도였다. 웰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전혀 그런 기미를 알아차리지 못했던데다 하니웰이 UT와 손잡을 경우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는 즉시 월가의 정보망을 총동원했다. UT가 하니웰에 제시한 인수가를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지난 4월까지 하니웰의 회장으로 있었던 로런스 보시디 전 GE 부회장도 밤새 뛰었다.

다음날인 20일 오전8시.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의 하니웰 본사에선 이사회가 소집됐다.

UT와의 합병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점검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회의가 막바지에 이른 오전11시 회의를 주재하던 마이클 본시뇨르 하니웰 회장에게 "웰치 회장이 통화를 원한다" 는 메모가 전달됐다.

전화를 받은 본시뇨르에게 웰치는 "나 지금 당장 헬기를 타고 그리로 가겠소" 라고 통보했다.

본시뇨르가 "이미 이사회가 끝나가고 있다. 구체적인 안도 없이 그렇게 하면 곤란하다" 고 난색을 표하자 그는 30분도 채 안돼 자필로 쓴 구체적인 인수조건을 팩스로 전송했다. UT가 제시한 가격을 9.2% 웃도는 액수였다.

밤새 동원한 정보망을 통해 UT의 인수가를 알아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바로 뉴욕에서 긴급 회동해 협상을 타결지었다. UT는 헛물만 켜고 말았다.

1백8년 GE 역사 중 가장 중대한 결정이 정보 입수에서부터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채 안걸린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과정은 웰치의 트레이드 마크인 과단성.순발력.추진력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 이라고 정의했다.

웰치는 당초 내년 4월에 사임하려던 계획을 바꿔 내년 말까지 회장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합병이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회장직에 있어달라는 하니웰의 강력한 요구때문이다. 이 결정 역시 현장에서 내려졌다.

일각에서는 "웰치가 하니웰의 사업성을 과대평가, 너무 조급하게 결정을 내렸다" 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웰치의 이같은 대담한 업무추진 방식이 오늘의 GE를 가능케한 원동력이라는 사실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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