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서편제’ 작곡가 윤일상

중앙일보

입력

뮤지컬 ‘서편제’는 작곡가 윤일상에게 있어 ‘도전’이었다. 사진은 작업실에서 곡 작업에 한창인 그의 모습이다.

 “나는 앤드류 로이드웨버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누굴 따라 하지 않고 내가 잘하는 것을 하자 마음먹었습니다. 마치 뮤지컬이 없던 시대에, 처음 뮤지컬이란 장르를 개척한다는 기분으로 말이죠.”

 작곡가 윤일상은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2010년 초연된 ‘서편제’를 준비할 당시,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그의 부담감은 상당했다. 곡이 나오지 않아 많은 스텝들이 발을 동동 구른 적도 있단다. 그는 생각의 전환을 꾀했다. ‘뮤지컬이란 장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정형된 뮤지컬 표현법을 떨치자 곡이 술술 써졌다. 1주일에 7~8곡도 막힘 없이 만들 수 있었다. 이제는 그 곡이 뮤지컬 지망생들에게 오디션 곡으로 쓰이며 꿈의 노래가 됐다. 지난 달 27일, 청담동의 한 작업실에서 작곡가 윤일상을 만났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이다. 근황이 어떤가.

 “MBC ‘위대한 탄생’과 데뷔21주년 기념 음반 ‘아임 21’ 녹음 또 오늘(2월27일) 출간된 에세이 ‘나는 스무살이다’ 관련 행사와 서편제 수정작업까지. 그 밖에도 여러 녹음 일정을 소화하면서 하루하루 빠듯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뮤지컬 데뷔작으로 서편제를 택한 이유가 있을까.

 “서편제 이전에도 뮤지컬 작곡 섭외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일을 수락하는 첫째 조건으로 ‘무조건 창작 뮤지컬이어야 한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못박아 놨었다. 서편제 작업은 내게는 ‘도전’의 의미였다. 뮤지컬 장르에 대한 첫 도전, 그리고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의 판소리와 팝음악적인 요소를 함께 넣어 만드는 작품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나로서는 굉장히 흥분되는 작업이었다. 서편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 앞으로 다른 작품을 할 생각은 없다. 이번 공연을 위해 초연됐던 곡 중 일부의 편곡을 다시 하고 곡을 추가하기도 했는데, 여기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
 

-2010년, 뮤지컬 서편제 초연 당시 소감이 궁금하다.

 “초연을 떠올리면 아팠던 기억이 가장 크다. 사실 독감에 걸려 몸이 아프기도 했지만(웃음) ‘서편제’ 자체가 주는 서글픔에 마음이 많이 쓰렸다. 음악을 만들 때 무대 위를 상상하기 이전에 각 캐릭터의 삶을 이해해야 했다. 송화의 스토리에 특히나 몰입했던 것 같다. 소리를 잘하려, 가슴에 한을 품으려 아버지에 의해 눈이 멀고 마는 송화. 그녀가 아버지를 탓할 때 부르는 뮤지컬 넘버 ‘원망’을 작곡할 땐 모든 걸 쏟아 부어 거의 탈진 상태였다. 실제 서편제 팀 모두가 그랬던 것 같다. ”

-재공연에 임하는 마음은 어떤가.

 “재공연엔 책임감이 따른다. 이미 본 관객에게는 또 다른 감동을 주어야 하고, 작품을 처음 보는 관객에겐 서편제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중압감을 완화시켜야 한다. 이번에는 초연과 달리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라 편곡이 더해 질 수밖에 없었다. 추가되는 곡 역시 기대하셔도 좋다.”

-서편제가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뮤지컬 서편제는 국악과 양악을 따지는 순간 무의미해지는 작품이다. 넘버 모두가 결국엔 ‘음악’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음악을 하는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국악’ ‘판소리’라고 부담 갖지 말고 그냥 가볍게 ‘음악 하는 사람들의 인생사를 풀어놨구나’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다만 손수건은 몇 장 준비하셔야 할 것이다.”

-작곡가가 봤을 때 3명의 송화가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

 “각각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아예 다른 작품인 것 같다. 세 명이 심지어 비슷한 점도 없다. 차지연은 팝 넘버와 판소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배우다. 이자람은 판소리에 대해 굉장히 특화된 배우이고(1998년 ‘최연소·최장기 판소리 완창’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그에 반해 이영미는 굵은 목소리 톤으로 팝 넘버를 깊이 있게 소화한다.”
 

-뮤지컬 서편제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감정은 크게 웃으며 해소 할 수 있고 반대로 눈물을 흘려서 그럴 수도 있다. 서편제에는 그 두 가지가 다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좋은 영화를 보고 났을 때 어떤 이는 영화의 한 장면이 가슴에 남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좋은 멜로디가 머리 속에 맴돌 것이다. 서편제에는 역시 그 두 가지가 다 있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작곡가로서는 마지막에 맴도는 멜로디의 여운이 조금 더 오래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편제의 뮤지컬 넘버는 곡 하나가 따로 떨어져 나왔을 때도 그 자체만으로 느껴지는 순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극장 안과 밖에서 그 두 가지 모두를 즐기셨으면 좋겠다.”

 뮤지컬 서편제는 다음달 22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송화역으로는 배우 이영미, 이자람, 차지연이 무대에 오르고 동호역은 김다현과 임병근, 한지상이 맡았다. 아버지 유봉 역에는 서범석과 양준모가 캐스팅됐다. 가격은 VIP석 9만원, 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티켓은 인터파크, 예스24, 롯데닷컴, 11번가, 클립서비스에서 구입 가능하다.

▶ 문의=1666-8662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사진="㈜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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