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미국CEO '면도날 문책'

중앙일보

입력

최근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으로 속속 퇴진하고 있다.

세계적 면도기 회사인 질레트는 지난 19일 올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 감소했다고 발표한 뒤 CEO 마이클 홀리(62)를 전격 경질했다.

홀리는 약 40년 동안 이 회사에서 일해온 '질레트 맨' 으로 지난해 4월 CEO에 올랐으나 결국 불명예 퇴직했다.

그의 경질은 질레트의 대주주(지분 9%)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다.

홀리의 사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질레트의 주가는 16%나 뛰어오른 33달러에 거래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알타비스타의 CEO 로드 시로크는 20일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 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그의 사퇴는 최근 영국에서 무제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개설하려다 실패하고 직원 25%를 해고하는 등 경영이 부진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부문 사장 멀 길모어는 회사측에서 단기 수익전망을 당초보다 낮추고 휴대전화사업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공시한 직후인 지난 13일 전격 경질됐다.

애플 컴퓨터도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는 분기별 경영실적 발표 후 해외판매 책임자인 미치 맨디치를 사임시켰다.

통신장비 업체 루슨트 테크놀로지의 CEO 리치 맥귄도 주당 순이익이 당초 예상(27센트)에 훨씬 못미치는 17~18센트에 그친데다 4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고 드러남에 따라 주주들로부터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대신 CEO 자리를 내놓으라" 는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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