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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우리의 소원이 아니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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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덕로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의 소원은 당연히 남북 통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강의시간에 했던 즉석 여론조사 결과 통일을 원치 않는 사람이 의외로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젊은 대학생들의 의견이 그렇다는 것에 놀랄 따름이었다.

 실제로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통일에 반대하는 청소년의 숫자가 적지 않은 데다 증가까지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폭력도발을 일삼는 집단과의 통일은 이미 잊혀져 가는 옛 노래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2400만 명의 선량한 북녘 동포를 생각하고 사선을 넘어 서울로 온 20만여 명의 탈북민을 쳐다보면 통일은 소원이 아닌 민족의 숙명이라 할 수밖에 없다.

 독일 통일 이후 남북 통일의 초점은 주로 통일비용에 맞춰졌다. 통일부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통일과제의 관심도 주로 통일비용에 모아졌다. 물론 통일비용은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독일은 통일을 통해 비용을 넘는 성과를 얻었다. 경제위기에 고통받는 유럽에 통일독일은 패전국이나 전범국이 아니라 해결사며, 지도자다.

 이제는 통일에 소요되는 비용을 걱정만 할 게 아니라 통일이 가져올 혜택에도 눈을 돌려볼 시점에 이르렀다. 북한에 묻혀 있는 광물자원만 잘 이용해도 통일비용을 감당하고도 넉넉히 남는다는 추정이나, 개성공단 투자를 통해 얻고 있는 경제적 성과를 볼 때 북한과의 합작, 통일에 부가적으로 수반되는 경제개발이 가져올 막대한 성과는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민족의 먼 장래와 당장 고통받는 북한 동포를 볼 때 통일에 다가서기 위한 노력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간단없이 지속해야 한다.

이덕로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