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이겼다고 이긴 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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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박주영이 쿠웨이트 선수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일본의 축구 전문가들은 박주영의 포지션 혼선을 한국 축구의 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뉴시스]

일본의 축구 전문가들이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해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오랫동안 한국 대표팀을 전문적으로 취재한 재일동포 축구 칼럼니스트 신무광(41)씨와 하종기(30)씨, 그리고 요시미 다다시(53) 후지TV PD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열린 한국과 쿠웨이트의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이들은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초 열린 아시안컵 이후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면서 “동아시아 축구의 큰 기둥인 한국이 하루빨리 제 컨디션을 되찾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신무광씨는 “사령탑이 조광래 전 감독에서 최강희 감독으로 바뀐 후 대표팀의 플레이가 다소 단순해진 느낌이 있다”고 했다. 그는 “최강희 감독 체제로 치른 두 경기를 복기하면 과거에 비해 선수들의 포지션 체인지(선수끼리 포지션을 바꿔 상대를 혼란시키는 것)가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포지션 체인지는 잘 쓰면 상대 수비진을 쉽게 교란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스스로에게 혼란을 끼칠 수도 있다. 최 감독이 전술의 방향을 철저히 ‘안정’ 쪽으로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종기씨는 “워낙 중요한 경기라는 생각 때문인지 한국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긴장한 듯 보였다”면서 “전반엔 아쉬운 장면이 많았지만 후반 들어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한국 축구 특유의 뒷심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국 축구와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방한한 요시미 PD는 “최근 한국의 경기에서 공격-허리-수비 3선의 간격이 지나치게 넓어지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면서 “그 때문에 전반 내내 위기가 많았다 ” 고 지적했다.

 세 전문가는 공통적으로 박주영(27·아스널)의 포지션과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신씨는 “쿠웨이트전에서 박주영이 하프라인 근처까지 내려와 뛰었다. 하지만 박주영은 그런 역할이 익숙하지 않은 선수”라고 했다. 하씨와 요시미 PD 또한 “이동국과 박주영은 동선이 겹치는 등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송지훈·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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