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SNS가 마녀사냥 도구돼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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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17일 전국 체인 음식점인 채선당의 한 지점에서 있었던 임신부 폭행 논란은 개인과 기업 모두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옮겨 붙은 분노의 불길이 닥치는 대로 모두를 사른 탓이다. 처음엔 임신부 유모(32)씨의 배를 걷어찬 것으로 낙인찍힌 종업원과 이를 방치한 업체가 표적이었다면, 엊그제 경찰 조사가 발표된 이후엔 오히려 종업원의 배를 걷어찬 것으로 드러난 유씨의 차례였다. 그의 신상은 이미 공개됐으며, 평소 어떤 언행을 했는지 사이버 공간에 주홍글씨처럼 새겨져 있다.

 이번 일로 막대한 매출감소와 복구가 어려울 정도의 이미지 하락을 경험한 업체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다른 기업들 역시 종업원의 불친절을 빌미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에게 당했다고 측은해한다. 그런데 이번 일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한 가맹점에서 벌어진 불상사가 순식간에 전 지점으로 확산돼 전체 조직에 치명타를 가한 사례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평소 종업원에 대한 서비스 교육을 철저히 하고 소비자 불만이 발생했을 때 최대한 신속·투명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유씨가 지난 1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트위터에 리트윗을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여기에 분별 없이 가세한 네티즌들이나 트위터 사용자들도 개인이나 기업이 본 피해에 책임이 있다. 상대적 약자로 보이는 임신부가 겪은 일에 분노했다고 하더라도 근거 없이 SNS 폭력을 주도하거나 이에 가담하면 그 결과는 언젠가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와 비수로 꽂힌다.

 가수 신해철의 발언도 이번 사태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자신이 채선당 다른 지점에서 겪었던 불편한 일을 지난 20일 트위터에 올리면서 기업 때리기에 나선 사람들을 더욱 들쑤신 꼴이 됐다. 때만 되면 트위터에 등장하는 공인들의 경박함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책임 있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혀를 길들일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