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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북극권 ‘뉴 G8’ 2050년 세상 지배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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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50년경이면 북위 45도 위 북극권이 지구촌을 위한 ‘젖과 꿀이 흐르는’ 기회의 땅으로 변신한다. 『2050 미래쇼크』가 전하는 메시지다. 사진은 캐나다, 러시아, 스웨덴, 핀란드 등과 함께 ‘북극권 8개국’의 하나로 주목받는 노르웨이의 도시 함메르페스트.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으로 해저를 이용한 개발이 한창이다. 해저에 설치된 함메르페스트 스트륌 발전소가 유명하다. [도서출판 동아시아]

2050 미래 쇼크
로렌스 C 스미스 지음
장호연 옮김, 동아시아
472쪽, 1만8000원

◆이 책을 굳이 안 봐도 될 사람=생태주의 신앙을 가진 이라면 이 책의 접근방식이 언짢을 수 있다. “터널을 뚫고 KTX가 달려도 천성산 도룡뇽 알은 지천이더라”는 언론 보도에 애써 눈 감으려 하며, 4대강 사업이란 환경재앙·세금폭탄이라고만 우기는 환경단체도 신간을 외면할 권리가 있다.

 ◆꼭 읽어야 할 사람=그럼 이 책은 미래 유토피아 쪽인가. 전혀 안 그렇다. 북극은 현재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걸 인정한다. 대재앙을 기회로 바꿀 순 없을까. 담대한 전망과 처방의 보석상자가 신간이다.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등의 저자로 유명한 제레드 다이아몬드도 이 책 저자를 ‘떠오르는 스타’로 인정했다.

 신간의 부제는 ‘인구, 자원, 기후, 세계화로 읽는 2050년 보고서’(원제 ‘The World in 2050’). 즉 은근히 찜찜한 미래에 대한 정공법의 새 비전이다. 앞으로 40년 뒤가 문제다. 인구 90억 도달 시점인데, 폭발적인 자원과 에너지·식량 수요도 큰일이지만, 해수면 상승을 동반하는 지구온난화도 큰 변수다.

 “지구 평균기온 2도만 올라가도 세계정치는 비등점에 도달해 기후 난민·에너지·식량을 둘러싼 대충돌로 번진다. 중국 붕괴, 유럽연합(EU) 해체라는 악몽도 예상된다”는 2030년 전후 상황에 대한 섬뜩한 경고(귄 다이어의 『기후 대전』)도 나온 판이다. 『2050 미래쇼크』는 훨씬 느긋하고 시야를 넓힌다. 뜻밖의 키워드는 ‘북극권’이다.

 빙하 아래 막대한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됐다. 그래서 저자의 시선으로 보면 ‘젖과 꿀이 흐르는’ 기회의 땅이다. 이미 눈 밝은 투자자본이 이 북극권 블루 오션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수 LNG 유조선이 가스채굴을 시도 중이고, 유수의 국내 중공업 한 곳도 참여 중이다. 유빙(遊氷) 제거 뒤 항구가 들어서면 개발속도는 더 빨라진다.

 저자는 향후 세상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예측하는데, 큰 그림 일부가 이렇다. 적도 쪽의 나라는 물 부족, 에너지 문제로 큰 타격을 입는다. 미국·캐나다·러시아·덴마크·아이슬란드·노르웨이·핀란드·스웨덴 ‘북극권 8개국’은 부유해진다. 북위 45도 위 대륙·해양을 낀 이들은 축복 받은 ‘뉴 G8’이다.

 이곳에 대도시가 속속 들어선다. 석유·광물·생선을 퍼올리는 기지이자 경제엔진의 신 메카다. 국제 변동도 불가피하다. 미국은 여전히 강국이겠지만 요즘 같진 않다. 브릭스(브라질·인도·러시아·중국)가 크게 뜬다. 인구 분포와 대륙 균형도 바뀐다. 특히 지속적 번영을 할 아시아의 도시 소비자 인구만 20억 내외, 두툼한 지갑을 가진 이들의 소비력에 주목해야 한다.

 궁금하다. 예측의 근거는 뭘까? 저자(미 UCLA교수)는 인구·천연자원 수요·세계화·기후 4대 변수를 섞어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펜타곤 보고서와 대형자본 움직임도 눈여겨보며 현지탐사를 거쳤다. 방대한 정보량에도 현장감 물씬한 그의 예측은 계속된다.

 인류는 인구 90억 돌파는 물론 그 이상으로 갈 것이다. 참고로 신석기 농업혁명(1만2000년 전) 당시 인구는 100만 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환경 대재앙은 일어나지 않는다. 변수는 있다. 모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는 마법은 없다는 전제를 깔았다. 즉 곰팡이균을 이용한 바이오디젤 등 깜짝 발명이 나온다면 미래는 더 좋아지겠지만, 그런 희망은 배제했다.

 3차 세계대전 같은 돌발변수가 터지면, 상황은 나빠질 수도 있다. 저자의 말대로 40년 뒤 예측은 인류를 위한 청사진 제시와 오늘의 과제 점검이 목적이다. 우리가 문제다. 인구가 90억 명이냐, 아니냐는 문제가 아니며 북극곰이 멸종해도 우린 살아남을 것이다. 중요한 건 욕망의 문제다. ‘우린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라는 말이 울림이 크다.

 2050년 절대 승자(북극권 뉴 G8)도 패배자들과 고통분담을 함께 해야 한다는 충고도 매력적이다. ‘열린 예측’을 담은 『2050 미래쇼크』는 정보화를 예견했던 엘빈 토플러의 『제3의 충격』 『미래 쇼크』의 반열에서 평가할 만한 책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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