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탈북자 북송, 국제적 압박 끌어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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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이 탈북자 일부를 북한으로 강제 송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 정부에 대한 국내외 비난 여론이 크게 일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어제 만장일치로 ‘중국 북한 이탈주민 강제 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정부는 다음 주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정부 입장을 천명할 예정이다. 그동안 ‘조용한 외교’를 통해 탈북자의 강제 북송을 막고 탈북자를 한국으로 데려오는 시도를 했지만 3년 전부터 중국이 협조를 거부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최근 “한반도 주변국은 유엔난민협약의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국내의 탈북자들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나 미셸 오바마 미 영부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등에 탈북자 강제 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했고 주한 중국 대사관 앞에선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차인표씨도 강제 송환을 중단하라는 호소에 동참했다. 중국인들도 자국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가 어느 때보다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가 탈북자 북송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 오히려 탈북자를 국제법상 난민으로 취급하길 거부하는 입장을 거듭 천명함으로써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탈북자가 강제 송환되면 고문이나 처형 등 처벌을 받는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되는데도 그렇다. 중국이 입장을 바꾸도록 국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것 말고 현재 달리 대안은 없어 보인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탈북자 문제를 이슈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중국 내 탈북자들에 대해 한국민 증명을 해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효성은 크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중국 정부에 대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각국에 중국 정부를 설득하도록 요청하거나 민간 차원의 탈북자 지원 활동을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이 낳는 인권 문제는 한·중 간 외교 갈등을 우려해야 할 차원을 이미 넘어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