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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평으로의 원데이오프

중앙일보

입력

꽃을 따라 여행을 떠나가볼까? 달빛을 받아 하얀 소금처럼 흐드러져있다고 이효석이 장돌뱅이의 입을 빌려 표현했던 봉평의 메밀밭은 아직도 그 정취를 간직하고 있을까? 한번 맘을 먹고 떠나기에는 조금 먼 거리인, 더 솔직하자면 강원도 두메산골 봉평을 따라가보면 어떠한 즐거움과 만나게 될까?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도 여느 지방도시처럼 반듯한 포장도로와 음식점 들로 쌓여 2일장이나 7일장, 그리고 달밤의 정취를 논하기에는 늦은 듯이 느껴지지만 호젓 한 산세와 별들이 촘촘한 밤하늘의 밝은 달, 흐드러진 메밀꽃은 여전하다.

짧은 밤의 사랑을 나누는 소설속의 방앗간과 이효석의 생가, 그리고 흉상은 바쁜 삶속에서 잊고있었 던 아름다운 우리 문학의 정취를 기억하게 한다(하지만 유족과의 갈등으로 이효석의 묘가 이장되는 등의 우여곡절로 약간은 퇴락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

봉평에 왔다면 점심메뉴는 당연히 메밀국수다. 시내에서 스스로마다 '원조'임을 내세우는 즐비한 간판들 사이에서 별다르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맛의 차이가 분명 있기는 하지 만 어딜 가나 중간이상은 하기 때문이다.

봉평 메밀국수의 특징은 일단 엄청나게 많은 양이다. 함지박만한 사발(!)에 수북이 담겨나오는 국수와 산처럼 수북이 쌓여있는 다양한 고명에 한번 꼴깍 침을 삼키노라면, 그 다양한 재료와 쫀득한 면발에 다시한번 감탄을 하게된다. 메밀의 찌끼가 섞여 약간 거친맛을 내기도 하지만 육수처럼 따려나오는 국수삶은 물의 고소한 맛과 섞여드노라면 그 특유의 맛에 반하게 된다. 진미식당(033-32-0242)과 기풍민옥쉼터(033-336-5599), 그리고 두레막국수(033-336-0074)집 등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손맛을 자랑하는 집들이다.

자 두둑한 메밀국수를 끼니를 때웠다면 또다른 자연의 풍취를 즐겨보자.

국내의 사진작가들에게 봄꽃 촬영지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장소인 흥정계곡. 호젓한 오솔길, 커다란 나무사이로 잘게 부서지는 햇살을 받으며 숲속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다보면(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만을 따라가면 된다) 크지 않은 계곡 사이에서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흥정계곡을 만날 수 있다. 크지 않은 계곡이지만 마치 주상절리처럼 절묘한 계곡의 굴곡과 웅장함에 압도당하는 이곳은 가벼운 샌드위치와 책 한권만 있다면 오후의 햇살을 만끽하기에 너무나 어울리는 장소!

이 흥정계곡을 끼고 넓다랗게 퍼져있는 허브농원이 있으니, 각종 여성지와 TV 프로그램을 장식하는 허브의 열풍, 이 열풍의 근원지는 바로 봉평, '허브나라'이다.

대기업 임원이었던 주인부부가 오랫동안의 준비와 관심(여러나라를 관광하면서 알게된 허브의 매력으로 그 재배법과 요리법 등을 연구하셨다고 한다)으로 은퇴후 공간을 가꾸어온 이곳 '허브나라'는 그 규모와 알찬 운영방법 등으로 허브농원 중 단연코 최고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거의 모든 종류의 허브를 재배하고 판매하며, 허브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과 음식들을 판매한다. 특히 허브로 속을 채운 닭요리와 허브 샐러드는 센스있는 '허브나라' 안주인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기름기는 쏙 빠져있으면서도 고소하고 부드러운 육질의 닭(또 아주 통통한), 그 사이사이에 특유한 향으로 놀라운 풍미를 만들어내는 이 닭요리는 서울의 어느 고급 레스토랑(굳이 따지자면 이탈리아의 토스카니 식의 닭요리라고 할수 있다)의 요리에 못지않다.

직접 재배한 신선한 허브에 가벼운 드레싱만으로 맛을 낸 허브 샐러드는 '야채요리'의 새로운 경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허브 차만을 마셔도 허브버터를 발라 정성스럽게 구워내는 토스트 한조각에 반할 정도다).

허브농원과 식당 위쪽 언덕에 자리한 통나무집은 '허브나라'를 완성하는 또하나의 매력 포인트. 4인기준의 민박시설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이곳의 밤풍경은 너무나 설랜다. 도시의 따가운 공기와는 질적으로 틀린 알싸하고 맑은 공기와 밝은 별, 그리고 정겨운 풀벌레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흥정계곡의 물소리가 잊지못할 봉평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해줄 테니 말이다. 허브나라(033-32-0594)

가는길(영동고속도 장평IC서 10㎞거리)

하나..서울에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장평IC에서 빠져 나가 6번 국도를 타고 봉평읍쪽으로 간다(6㎞)

두울..봉평읍에서 다시 흥정계곡 방면으로 3㎞정도 가다보면 계곡입구에 「허브나라 관광농원」팻말이 나오고 계곡옆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1㎞ 남짓 더 가면 농원입구가 나온다.

세엣..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동서울터미널에서 장평행 시외버스(20~30분 간격,약 3시간 소요.요금은 편도 7천원정도)를 타고 장평에서 내린다.장평에서 허브농원까지는 택시를 타야한다(1만1천원)

네엣..허브나라 관광농원에서 숙박이나 야영을 하려면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봉평읍엔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된 물레방앗간과 이효석 생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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