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과 함께 컨베이어 작업 … 현대차 지시 받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법원이 2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의장 라인에서 일했던 사내하도급 업체 근로자 최병승씨를 ‘파견 근로자’로 판단한 것은 최씨가 현대차로부터 직접 작업지시와 관리감독을 받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주심인 이인복 대법관과 김능환·안대희·박병대 대법관의 합의로 이뤄졌다. 최씨가 현대차의 사내 하청업체에 취업한 것은 지난 2002년. 2년 후인 2004년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울산노동사무소가 현대차의 사내하도급에 대해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결정하자 최씨는 이를 근거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 2005년 해고됐다. 그는 2006년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법원의 판단이 바뀐 것은 2010년 7월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다. 당시 대법원은 최씨의 근로형태가 도급이 아닌 ‘실질적 파견근로’라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컨베이어벨트 좌우에 정규직 근로자와 배치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고 ▶하도급업체의 고유기술이나 자본이 투입되지 않았으며 ▶현대차가 하도급업체 직원의 작업 방법·순서·시간 등을 결정 한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한 뒤 이날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대법원은 “제조업이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이 허용하는 업종은 아니지만 파견근로가 2년을 초과할 경우 파견된 업체에 정규직으로 고용된 것으로 간주하는 개정 전 파견법 규정(직접고용 간주 조항)에 따라 최씨가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따라서 최씨를 해고한 주체 역시 현대차”라고 제시했다. 파견근로 2년을 초과한 근로자를 무조건 파견된 업체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보는 ‘고용 간주’ 규정은 2007년 파견법 개정과 함께 ‘고용 의무’ 규정으로 바뀌었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을 계기로 모든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2년이 경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처럼 인터넷 언론 등에서 소개되고 있다”며 “모든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질적인 근무 형태가 도급인지, 아니면 파견근로인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