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창업 "자치단체 노크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서울 금천구 창업지원정보센터 201호실에 입주해 있는 동화CD 제작업체 ''다을'' 의 대표 김진호(33) 씨는 창업센터 입주를 ''행운'' 이라고 표현했다.

보증금 1백40만원에 매월 임대료 및 관리비 7만원만 내면 인터넷망을 비롯 복사기.팩시밀리 등 공용장비를 마음대로 쓸 수 있기 때문. 가정집 방 한칸을 빌려 동료 6명과 부대끼며 작업하던 네달전에 비하면 훨씬 안정된 여건이다.

코스닥이 가라앉고 벤처열기가 식었다고들 하지만 젊은이들의 창업열기는 여전하다. 그러나 기술.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과 노하우가 모자라 꿈을 접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이 한번쯤 노크해볼 만한 곳이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시설들이다.

◇ 지원시설 현황=시 주관 창업지원시설은 1995년 설립해 서울대학교가 운영을 맡은 서울창업보육센터(SBI.강서구 등촌동) 와 지난해 6월 건립해 서울산업진흥재단이 운영 중인 서울벤처타운(강남구 역삼동) 두 곳.

서울시내 11개 구청에서도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3개 구청은 올해 문을 열 방침이다. 이들 창업지원센터에는 SBI 내 28개를 비롯, 2백50여 업체가 입주해 있다.

가장 큰 혜택은 파격적인 사무실 비용. SBI의 경우 사무실 크기에 관계없이 보증금 2백만원과 평당 1만원의 임대료를 내면 된다. 구청 창업지원센터도 대개 평당 보증금 10만원에 관리.임대료 평당 월 1만원 내외다.

테헤란밸리의 서울벤처타운은 평당 보증금 27만5천원에 월 관리비.임대료 4만원. 평당 임대료가 4백만원 이상인 주변 시세에 비하면 엄청 싸다.

고가의 시설들을 공동이용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 서울벤처타운 빌딩 1층의 공용장비 센터에는 서버컴퓨터.영상.음향 편집기를 비롯 6억원대의 장비들이 있다.

이때문에 빈 사무실이 나기만을 기다리는 병아리 창업자들이 항상 대기 중이다. 모집공고는 빈 사무실이 날 때마다 서울시나 해당 운영기관 홈페이에 수시로 뜬다. 서울벤처타운 관계자는 "다음달쯤 돼야 사무실 한두군데가 겨우 빌 것 같다" 고 귀띔했다.

◇ 성과=SBI가 지난 5년간 졸업시킨 47개 업체 중 현재도 활동중인 업체는 37개. 괄목할만한 생존률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6월에는 98년 4월부터 99년 7월까지 SBI에 입주한 뒤 서울벤처타운에 입주한 전자상거래 솔루션 개발업체 ㈜이네트가 코스닥에 등록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4~5개 업체가 코스닥 등록을 추진 중" 이라고 말했다. 입주업체 중 실용신안.의장등록 등 지적재산권 보유 업체도 점점 늘고 있다.

◇ 문제점=구청들이 경쟁적으로 창업지원센터를 짓고 있지만 운영비가 큰 부담이다.

서대문구 신지식산업센터 관계자는 "한해 운영비 3억원 상당 중 구청 예산은 1억원에 불과하다" 고 말했다.

업체들은 시설운영자 측이 보안을 이유로 물품반입 등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도 자유로운 연구활동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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