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여야 영수회담서 왜 거론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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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지난 9일 여야 영수회담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현대 위기론' 을 거론한 것에 대해 "정치적인 발언으로 대응하지 않겠다" 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현대 고위 관계자는 "영수회담에서 현대의 대북사업 등이 거론된 것은 경제 전반적인 차원에서 지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는 정치권과 시장의 불안한 시선을 없앨 만한 뚜렷한 구조조정 성과를 아직 내놓지 못한 가운데 미국 금융그룹인 AIG로부터 10억달러의 외자유치도 미뤄지고 있어 고심하고 있다.

자구계획에 따라 연말까지 이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그룹 전체의 유동성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현대투신 외자유치 난항〓현대는 지난 4월 그룹 유동성 위기를 불러온 현대투신증권 부실을 포함한 자구계획 이행을 연말까지 외자유치로 해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AIG로부터 10억달러를 유치하기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당초 계획했던 10월 초 계약을 하지 못한 상태다.

AIG는 9월 초 현대투신증권 등에 대한 실사를 마쳤는데 투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G는 1998년 한남투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
다.

정부는 현대투신증권이 한남투신을 인수할 때 장부가격과 실제 펀드가격의 차이(6천억원)보전용으로 증권금융채권 2조5천억원 어치를 금리 6%로 빌려줬다.

돈이 아닌 금리차(당시 시중금리가 10% 이상인데 6%로 빌려줌)로 손실을 보전토록 했는데 최근 금리가 떨어져 역마진까지 나는 실정이다.

AIG측은 2003년까지 쓰기로 한 이 자금을 2008년까지 연장하고 금리도 3%로 낮춰달라고 정부에 요구했으나 확답을 받지 못했다.

양측은 MOU에 국내 상법으로 풀기 어려운 조항을 담고 있다. AIG가 투자할 현대투신증권 등 3개 금융사 주식을 AIG가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했는데 상법 상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이달 말께 AIG와 최종 계약할 것" 이라며 "정부에 요구한 조건은 이 건과 별개로 미국측이 협상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 대북사업은 어떻게 되가나〓현대 관계자는 "대북 창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해왔고, 이같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현대가 대북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사업은 앞으로 8년동안 10억달러를 투입해 연간 2백억달러의 수출 전진기지로 개발할 것이며, 내년 9월께 1단계 공사가 끝나 전자부품 공장 등이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현대측은 주장했다.

금융가에는 북한이 일본과 수교를 맺고 받을 대일청구권 자금을 현대가 주도적으로 쓸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에 대해 현대측은 "북한 관계자가 '현대그룹이 요즘 어렵다는데 대일 수교 자금이 들어오면 맨 먼저 도와주겠다. 개성공단 등에 투입하는데 쓰라' 고 말했다.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게 아니며 저녁 자리에서 오고간 이야기" 라고 해명했다.

현대는 금강산 관광사업도 곧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9월말 현재 사업 대가로 북한에 3억6백만달러를 지불했고 앞으로 6억3천6백만달러를 내야 하는데, 관광객이 연간 30만명을 넘어섰기 때문에 각종 부대사업을 포함한 수익사업으로 2년 내 흑자가 가능하다는 현대측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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