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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함 뒤의 중독성…레이니선 '유감'

중앙일보

입력

몽환적인 보컬, 독특하고 중독성 강한 연주로 유명한 록 밴드 '레이니선(Rainy Sun)'의 발걸음이 힘차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의 대표적 인디밴드로 활동해온 이들은 98년 '호러 록(Horror Rock)'으로 분류된 1집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팀. 하지만 최근 부드러움과 세련미를 더한 두 번째 음반〈유감〉으로 대중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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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유감
Caffeine
Greed Teeth
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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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

올 여름 공포영화〈가위〉OST에서 특유의 공포 사운드를 선보인 레이니선은 지난달 단독 콘서트에 이어〈수요예술무대〉등 방송을 통해서도 개성있는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다.

레이니선은 93년 동네 선후배 사이인 정차식(보컬.26)·김태진(기타·건반.24)이 의기투합,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드러머 김대현(22)을 영힙하며 탄생한 팀. 부산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4년 후인 97년 '록 앤 롤 코리아' 공연을 통해 전국으로 무대를 넓혔다. 베이시스트 강희찬(25)은 2집부터 합류했다.

'강력한 헤비메탈 사운드에 사이키델릭의 몽환, 그런지의 분노를 함께 담았다'는 평을 받은 이들의 음악은 해외에서도 비교할만한 그룹을 찾기 힘들 정도로 특이하다.

충격적인 가사때문에 방송을 통해 이들을 접하는건 완전히 불가능했고, 설사 이들의 음악을 들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인상으로 '엽기'와 '불편함'을 떠올렸다.

하지만 7년의 세월동안 꾸준히 깊이를 더한 이들의 음악은 이제 새로운 매력으로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던 록, 브릿 팝, 포크에서 심지어 한국의 트롯과 러시아 전통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 연주는 강렬함을 줄인 대신 호소력을 더했다. 공허한 읇조림과 가슴을 후비는 가성으로 밴드의 트레이드마크다 된 정차식의 보컬도 난해함을 덜었다.

타이틀곡 '유감'은 레이니선 특유의 감성을 부드러운 록 바라드로 펼쳐낸 곡. 꿈을 꾸는 듯한 보컬, 비장한 기타와 폭 넓은 스트링 코러스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그래서'는 '외설'과 함께 이들의 변화가 가장 잘 느껴지는 곡. 재구성한 보사노바 리듬 위로 변화로운 멜로디가 흐른다.

10곡의 정규 수록곡 중엔 영어 가사가 4곡, 러시아어 노래도 한 곡 있다. '카페인(Caffeine)' '그라인드 티스(Grind Teeth)'는 부드러운 분위기의 소프트 록. 하지만 친숙한 선율 뒤엔 '본능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면 눈을 멀게하고 망각의 삶에 빠지겠다'는 등 충격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다.

11번째 12번째 트랙에는 레이니선 팬들을 위한 보너스 트랙을 담았다. '오션2'는 98년 스위스 프리브르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독립영화〈새는 폐곡선을 그리며 난다〉의 주제곡 '오션'을 새롭게 편곡한 것. 레이니선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조덕배의 원곡 '꿈에'는 인디밴드들의 리메이크 음반〈1999 인디 파워〉에서 불렀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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