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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후임선출 비용, 침실 도배만 해도…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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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중앙지검 공안1부는 19일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에 대한 방문조사를 벌였다. 이날 오전 검찰 관계자들이 수사 관련 서류를 갖고 공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현직 국회의장에 대한 방문조사는 1997년 이후 15년 만이다. [김도훈 기자]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사무처의 국회의장 선출 비용을 보고받고는 깜짝 놀랐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잔여 임기(5월 29일) 동안 석 달짜리 의장을 선출하는 데 국민 세금이 10억원 이상 들기 때문이다.

 사무처의 비용 추계에 따르면 국가 의전서열 두 번째인 국회의장은 차관급 의장비서실장을 포함해 비서진 20여 명을 새로 뽑는다. 정무수석·정책수석·대변인 등 1급 비서관만 3명, 정무·정무기획·연설 등 2급 비서관 6명, 서울 한남동 의장공관장을 포함한 3급 비서관 3명 등 고위직만 12명이 포함된다. 이들의 석 달치 급여·퇴직금 등 인건비로만 3억원 이상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어 국회의장은 세비 외에 판공비로 책정된 연간 13억원의 업무추진비 중 석 달치인 3억2500만원을 쓸 수 있다. 수당 및 직급보조비 등의 세비도 늘어난다. 국회의장의 세비는 3부 요인급으로 예우해 일반 국회의원보다 월 500만원 이상 많다.

 또 신임 의장이 한남동 의장공관에 새로 입주할 경우 개·보수와 이사에도 억대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통상 새 의장이 입주하면 침실과 응접실, 식당 등의 도배를 새로 하고 취향에 따라 커튼·카펫·가구 등 공관 필수 집기를 교체하는데, 보통 1억5000만원~2억원 이상이 쓰였다고 한다. 과거 김원기 전 국회의장 시절 도배에 1300만원, 커튼 구입에 1600만원, 기타 개·보수 비용으로 1억6000만원을 썼다. 김형오 전 의장의 경우 공관 내 미술품 임차료로 연 2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공관 정원에 야생화 104종(5만여 포기)을 심기도 했다.

국회의장 경호상 항상 같이 다니는 1~3호 관용차량과 경호관 6명의 근접 경호 비용은 물론 국회의장에 대한 의전상 예우에도 추가로 2억~3억원이 든다.

 사무처는 이 같은 비용 문제 외에 ‘자리 나눠 먹기’라는 비난 여론이 일 수 있고, 18대 국회 잔여 임기 동안 의장의 필수 직무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의장 선출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석 달짜리 의장을 뽑으면서 10억원의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는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정의화 국회부의장을 직무대행으로 잔여 임기를 마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 "구체적 지시 한 적 없다”=19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 박희태 국회의장에 대해 한남동 의장공관에서 방문조사를 벌였다. 현직 국회의장에 대한 방문조사는 1997년 한보그룹 비리 사건 당시 김수한 의장에 대한 조사 이후 15년 만이다. 이상호 공안1부장과 송강·박태호 검사가 이날 오전 9시부터 밤늦게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박 의장은 “당시 캠프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은 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돈봉투를 돌리라고 지시하거나 돈봉투 배포 과정에 직접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중 박 의장과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진석 기자

석 달짜리 박희태 후임 선출 10억 든다 #● 공관 도배·가구 교체 2억 ● 비서 20여 명 인건비 3억 ● 경호, 의전상 예우 2억 ● 3개월치 업무추진비 3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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