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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d<407> 명작 발레 10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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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2012년은 발레 애호가들에게 행복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세계 유명 발레단의 내한 공연 및 국내 발레단의 대작들이 준비돼 있으니까요.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는 낭만 발레의 대표격인 ‘지젤’(7월)을,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은 ‘백조의 호수’(11월)를 들고 한국을 찾습니다. 올해 창단 50주년을 맞는 국립발레단도 ‘지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을 차례로 무대에 올릴 예정입니다. 이 작품들은 모두 한 세기를 넘겨 대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에 명 안무를 입혀 고전이 된 명작 발레 10선을 소개합니다.

●백조와 흑조 현란한 기교 ‘백조의 호수’

안무가 매튜 본이 재해석한 ‘백조의 호수’의 한 장면. 야성적이고 공격적이지만 아름다운 남성 백조들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고전발레의 형식과 기법을 파괴해 다시 한번 백조 열풍을 몰고 왔다. [중앙포토]

프리마 발레리나라면 한 번은 꼭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다. 착하면서 소극적인 백조와 야심이 있고 악한 성격의 흑조를 동시에 연기하는 작품이다. 기술적으로도 32번의 후에테(한 발로 돌면서 다른 발로 채찍을 때리는 듯한 동작)와 빠른 발 동작의 솔로 부분 등 최고의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고전 발레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보니 현대에 들어선 특출한 상상력을 지닌 안무가들의 도전작이 되기도 했다. 1996년 초연한 영국 태생 안무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가 대표적이다. 지금껏 당연히 여성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남성 백조 40명으로 무대를 꽉 채웠다. ‘동성애 코드’ ‘근육질 백조’ 등 다양한 화제와 역동적인 몸짓으로 다시 한번 백조 열풍을 몰고 왔다.

●고전 발레 명맥 잇는 ‘로미오와 줄리엣’

영원한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은 1785년 이탈리아에서 첫 공연을 올린 이후 끊임없이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어느 작품보다 많은 버전을 갖고 있는 이유다. 가장 잘 알려진 버전은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에 의해 탄생한 1938년작이다. 이후 50여 명의 안무가가 프로코피예프의 선율을 발레로 묘사했다. 흥미로운 점은 어떤 안무가도 고전 발레의 형식을 파괴하고 재안무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 영원한 비극으로 남기 위해서는 구성이나 동작 면에서 고전 발레의 전통을 유지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현대판 버전으론 제롬 로빈스가 안무·연출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있다.

●차이콥스키도 반한 음악적 완결성 ‘실비아’

발레 동작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데 천재적 소질을 발휘했던 프랑스 작곡가 레오 들리브의 작품이다. 발레 음악의 거장 차이콥스키는 “내가 만일 들리브의 ‘실비아’를 미리 들었다면 ‘백조의 호수’를 그렇게 작곡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후회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만큼 ‘실비아’의 음악적 완결성이 뛰어났다는 얘기다. ‘실비아’는 3막 5장의 대작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 실비아와 인간인 아민타스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1876년 초연 후 여러 차례 개작을 거쳤다. 1997년에 이르러 ‘실비아’를 재해석한 작품이 나오는데 독일계 미국인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작품이었다. 아마존을 연상시키는 원색적인 무대에서 사랑을 통해 내면의 관능미를 발견해 가는 실비아의 모습을 그렸다.

●자유분방한 집시여인의 비극적 사랑 ‘카르멘’

프랑스 소설가 P 메리메의 중편 소설 『카르멘』을 조르주 비제가 가극으로 발표하면서 1875년 파리의 극장에서 초연됐다. 스페인을 무대로 집시 여인 카르멘과 순진한 돈 호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자유분방하고 개성 강한, 카르멘이란 등장인물의 성격과 세련된 음악 덕에 현대 안무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1949년 롤랑 프티의 작품은 큰 성공을 거뒀다. 카르멘이 돈 호세의 무릎에 기댄 채 하체를 하늘로 향하는 극적인 동작은 무용 화보집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발레사의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지젤

●순박한 시골처녀의 죽음 뛰어넘는 사랑 ‘지젤’

1841년 낭만 발레의 본산지였던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극장에서 아름다운 여인 ‘지젤’이 탄생했다. 장 코랄리와 쥘 페로가 공동으로 안무를 완성한 이 작품은 초연 당시 프랑스 발레의 우아함에 이탈리아의 빠르고 가벼운 발 동작이 결합해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아르헨티나 안무가 그라지엘라 마르티네, 스웨덴 무용가 마츠 에크 등에 의해 재해석되며 150년 이상 사랑을 받았다. ‘지젤’은 순진한 시골 처녀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해야 하는 배역이라 당대 최고의 발레리나만 캐스팅됐다. 최근 20년 사이엔 이탈리아의 천재 발레리나 카를라 프라치가 가장 비극적인 지젤로 기억되고 있다.

봄의 제전

●파격 안무 … 현대 발레의 교과서 ‘봄의 제전’

러시아의 천재 음악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무용가 니진스키가 안무를 짰다. 현대 발레의 교과서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고전 발레와의 이별을 주창하며 20세기 초 등장한 이 작품은 첫 공연 당시 그 파격 때문에 관객의 야유를 받기까지 했다. 1막에선 ‘봄의 춤’ ‘대지의 춤’ 등을 통해 봄을 예찬하고, 2막은 선택받은 여인의 희생을 성스러운 동작으로 표현했다. 니진스키는 소제목을 달고 장면마다 줄거리를 명확하게 전개했다. 동작도 획기적이었다. 현대무용의 물결이 시대를 뒤덮으면서 ‘봄의 제전’도 빛을 보게 되는데, 이 작품은 미국, 독일 등 유명 안무가들에 의해 수 차례 재해석됐다.

●러시아 농가 결혼식 모습 재연한 ‘결혼’

스트라빈스키의 또 다른 작품이다. 원작 안무는 니진스키의 여동생 브로니슬라바 니진스카가 맡았다. 러시아 농가의 결혼식을 그대로 재연한 이 작품은 장엄한 무대와 의상이 특징이다. 25분 동안 한 번도 긴장을 풀지 않고 이어나가는 구성은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발상이었다. 독특한 점은 초연 이후 원작을 무대에서 다시 보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까다로운 안무 탓에 니진스카 본인이 아니면 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71년엔 니진스카가 80세 고령의 나이에도 베니스에서 마지막 무대를 올리기 위해 복원 작업에 매달려 또 한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신데렐라

●고전 발레에 민속 무용 가미한 ‘신데렐라’

전 세계 여성들의 환상을 담은 ‘신데렐라’ 스토리는 1945년 프로코피예프에 의해 발레 버전으로 등장했다. 그의 음악은 자하로프의 안무로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됐다. 고전 발레 테크닉에 민속 무용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했다. 거울 장면에서는 처음으로 반대편에 다른 무용수를 세워 똑같이 움직이는 기법을 시도했다. 현대판 신데렐라는 1986년 프랑스 파리 국립 오페라 발레단에서 나왔다. 193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할리우드의 뒷이야기에 신데렐라의 플롯을 가미시켜 발레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에서 왕자는 유명배우로 요정은 영화제작자로 다시 태어났다.

호두까기 인형

●크리스마스 공식 발레 ‘호두까기 인형’

크리스마스면 어김없이 공연되는 차이콥스키의 작품이다. 다른 고전 작품에 비해 플롯이 단순해 1892년 초연 이후 한 세기에 걸쳐 다양한 각색이 이뤄졌다. 1991년 벨기에의 안무가 마크 모리스의 작품이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어느 안무가의 해석보다 그로테스크한 면을 강조했다. 하녀 역을 맡은 흑인 남자 무용수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등을 드러낸 의상과 토슈즈를 신고 무릎을 구부린 채 뛰어다니며 작품 전체에 코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코믹한 팬터마임 발레의 효시 ‘코펠리아’

유명 무용수인 조지 발란신은 “낭만 발레 중에서 ‘지젤’이 가장 슬픈 작품이라면, ‘코펠리아’는 가장 코믹한 발레”라고 했다. 1870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팬터마임 발레다.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사랑을 표현하는 낭만 발레의 특징에 마임을 곁들였다. 이 때문에 발레 테크닉상 큰 발전을 가져왔다는 평이다. 청년 프란츠는 과학자 코펠리우스의 작업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인형 코펠리아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여주인공은 인형 코펠리아와 사람 스와닐다를 동시에 해내야 한다. 1993년 프랑스 현대 무용가 마기 마랭의 현대판 ‘코펠리아’에선 24명의 바비인형이 등장해 인조인간이 주는 섬뜩함을 표현했다.

※도움말=장인주 무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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