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10곳 중 6곳 “불공정행위 당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하청업체(수급사업자) 10곳 중 6곳은 원청업체(원사업자)로부터 불공정행위를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면계약서 없이 구두 발주를 하는 원청업체도 6곳 중 1곳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2011년 제조업종 하도급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6만 개 제조업체(원청업체 3000곳, 하청업체 5만7000곳)를 대상으로 지난해 6~10월 인터넷과 우편으로 조사한 결과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말하는 불공정거래 실태엔 차이가 컸다. ‘하도급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답한 원청업체는 44.9%에 그쳤지만, 하청업체는 60.8%에 달했다. 그나마 전년도보다 각각 4.5%포인트, 3.3%포인트 줄어 소폭 개선된 것이다. 거래단계가 내려갈수록 불공정거래는 심해졌다. 최상위 원사업자(53.7%)에서 2차(63.9%), 3차(66.7%)로 가면서 법 위반 혐의가 있는 업체 비율이 늘었다.

 가장 흔한 불공정거래 행위는 구두 발주였다. 서면계약서 없이 발주하는 건 형사처벌(하도급 대금 2배 이내 벌금) 대상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원청업체의 17.5%는 구두 발주를 하고 있다. 공정위 신봉삼 기업거래정책과장은 “구두 발주는 모든 불공정거래의 시발점”이라며 “구두 발주를 반복하는 기업은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불러 교육하고, 심하면 형사고발까지 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법이 정한 지연이자를 주지 않거나 물품구매를 강요하는 불공정한 관행도 지적됐다.

 납품단가를 깎는 관행은 여전했다. 2010년 하반기 중 납품단가를 깎은 원청업체는 22.6%에 달했다. 하청업체의 생산성이 높아졌거나(32.5%), 완제품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하다(20.8%)는 이유를 댔다. 공정위는 부당한 단가 인하를 막기 위해 다음 달부터 ‘핫라인’을 가동하고, 자동차·휴대전화 등 3~4개 업종에 대해 직권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에서 하청업체의 ‘절대 을’ 입장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대부분 하청업체(95.2%)는 매출의 60% 이상을 1개 원청업체에 의존했다. 아예 원청업체 1곳과만 거래하는 경우도 83.4%에 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