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 프로젝트] 대학생 멘토가 말하는 새 학기 적응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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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때문에 학교 생활도 어렵고 성적도 떨어지고 있어요. 대학생 멘토의 조언을 받고 싶어요.”

지난달 21일 ‘공부의 신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애달픈 사연이 올라왔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김수현(가명)군은 수년간 끊임없는 학교폭력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했다. 김모군과 비슷한 경험이 있는 최강용(21·경희대 프랑스어학과 3)씨와 호서대 김혜원(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가 멘토로 나서 김군과 김군의 어머니와 만나 상담을 했다.

이지은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새학기엔 꼭 친구를 사귀어 보자.” 최강용 멘토(가운데)와 김혜원 교수(오른쪽)가 김수현(가명)군의 손을 잡고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 [김진원 기자]

김군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아무도 김군에게 말을 걸지 않고 옷이나 사전도 수시로 없어진다. 쓰고 다니던 안경도 빼앗겼다. 친구들은 김군 옆을 지나칠 때마다 습관처럼 툭툭 때리고 밀친다. 강제로 다리 찢기를 하고 사타구니를 걷어차기도 한다. 이때 생긴 정강이의 멍은 몇 달이 지났는데도 그대로다.

이를 극복하려고 김군은 변화를 시도한 적도 있었다. 공부를 잘하면 친구들이 괴롭히지 않을 거라는 엄마의 말에 중2 땐 높은 성적도 받았다. 하지만 친구들은 변하지 않았다. 김군은 “엄마 말이 틀렸어”라며 낙담했다. 이후 공부에도 흥미를 잃었다. 중학교 입학 당시 반에서 3등이던 성적은 15등까지 떨어졌다.

김군의 첫 피해는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후군이 있는 친구에게 6개월 동안 맞았다. 이때 충격으로 김군은 수업 중에 친구를 피해 교탁에 숨는 이상행동도 보였다. 어머니는 “어린 나이에 장기간 폭력을 당하며 자존감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화를 낼 만한 폭력에도 대응하지 않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멘토 최씨는 김군이 처한 상황을 점검하더니 “친구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주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혼자 지내는 활동을 줄이고 친구와 함께 교류하며 활동할 수 있는 놀이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수업시간 외에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군은 방과후에도 학원 대신 집에서 공부한다. 최씨는 “친구들이 좋아하는 문화를 몰라 대화에서 소외되고, 놀이와 활동에서도 배제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최소한 친구들의 기호를 알고 그 주제로 얘기를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통 관심사로 둘만의 관계 만들기 중요

김 교수는 김군의 대인관계 능력이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수년간 혼자 지내 친구를 사귀는 법과 마음을 주고받는 기술이 서투르다”고 지적했다.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이라고 덧붙였다. 김군은 친하다고 부를 만한 친구를 한 번도 사귄 적이 없었다. 김 교수는 “친구를 사귀는 법도 공부처럼 꾸준히 배우면 된다”고 조언했다. “축구·독서처럼 친구의 관심사 중에서 나도 좋아하는 것을 찾아 이를 주제로 대화를 해볼 것”을 제안했다.

3월 개학을 앞두고 김군이 고민하는 것은 학교 적응이다. 새 교실에서도 왕따가 반복될까 두렵다. 최씨는 고교시절 따돌림을 당했던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김군에게 “단 한 명의 친구부터 만들어 볼 것”을 당부했다. 최씨는 집에서 먼 지방의 한 기숙형 고교에 입학했을 때 친구들의 외면을 받았다. 혼자 수업을 듣고 혼자 밥을 먹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친구 한 명을 사귀면서 따돌림 문제를 해결했다. 최씨는 “처음엔 친구 한 명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다”며 “하지만 이후부턴 2명, 3명으로 늘어나면서 내가 속한 그룹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서로 서먹하고 어색한 새 학기 시기를 놓치지 말고 함께 등·하교할 친구, 점심시간에 대화를 나눌 친구 등을 만들어 보라”고 조언했다. “학교 밖에서도 관계가 유지되도록 같은 학원을 등록하거나 도서관을 함께 다니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친구가 생기면 폭력에 시달리는 상황이 줄어든다. 김 교수는 “학교폭력을 행사하기에 쉬워 보이는 대상이 혼자인 아이”라고 말했다. “청소년기엔 자기보다 약한 상대를 제압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씨는 “새 학년 새 반에서 처음 발생하는 폭력엔 강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가만히 있으면 다른 학생들에게 자신을 ‘때려도 되는 아이’로 인식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기지 못해도 매번 강하게 대처하면 상대가 ‘건드리면 귀찮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새 학년 새 교실, 학교폭력 예방은

-학교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세요.
-나와 같은 기질을 가진 친구를 1명 이상 사귀세요.
-공통 관심사를 주제로 대화를 해보세요.
-함께 등·하교할, 점심시간에 대화할, 같은 학원에 다닐 친구를 만들어 보세요.
-처음 발생하는 폭력에 강하게 대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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