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결산] 한국선수단 성적

중앙일보

입력

'전략 종목의 다변화와 사회체육의 활성화.'

시드니 올림픽이 한국 선수단에 던져 준 21세기의 화두다. 한국은 새 천년 첫 올림픽에서 금 8, 은 9, 동 11개를 따내 국가별 메달순위 13위로 5회 연속 '톱 10'진입에 실패했다.

그러나 애당초 '톱 10' 진입이 지상과제가 아니었고 좌절이 실패도 아니다.

문제는 특정 종목에 치우쳐 있는 한국 체육의 불균형이 시드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한국 선수단이 따낸 금메달 8개 중 6개가 양궁과 태권도에서 3개씩 쏟아졌다.

양궁과 태권도의 금메달이 폄하되어서도 안되고 올림픽을 위해 수 년간 땀 흘린 선수들의 노력은 반드시 보상받아야 하지만 한국 스포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선 반드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한국은 총 24개 종목에 284명의 대규모 선수를 파견했지만 양궁과 태권도를 제외한 종목에서 따낸 금메달은 펜싱의 김영호(대전도시개발공사)와 레슬링의 심권호(주택공사) 뿐이었다.

이같은 불균형속에 한국이 '톱 10'을 운운하며 스포츠 강국을 꿈꾸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기초 종목인 수영과 육상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 세계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반면 시드니올림픽은 그늘에 묻혀 있는 비인기 종목의 활약과 구기종목의 선전으로 새 천년 한국 스포츠에 희망을 안겼다.

펜싱 남자 플뢰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영호의 위업은 한마디로 기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전국을 통틀어도 플뢰레 등록선수가 20여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수만명의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는 유럽의 강호들을 잇따라 물리친 김영호는 '하늘이 내린 검객'이라고 평할 수 밖에 없다.

남자 하키의 은메달은 한국 선수단이 반성의 계기로 받아들여야 할 교훈이다.

변변한 연습구장조차 없어 여기 저기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했던 남자 하키는 네덜란드와 페널티 스트로크까지 벌이는 접전 끝에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한 성과를 일궈내 감동을 던져줬다.

구기 종목 중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배드민턴과 탁구, 핸드볼은 이번 올림픽에서 기대에 못미쳤지만 여자 농구가 16년만에 4강에 진출했고 프로선수들이 출전한 야구도 동메달을 따내 제 몫을 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효자 종목'으로 불렸던 레슬링과 유도, 복싱 등 격투기는 뚜렷한 하향세를 보였다.

격투기의 몰락은 한국 스포츠 조류의 변화때문에 생긴 결과라기 보다는 선수 양성의 후진성과 국제 정보의 부재에 따른 결과로 지적되고 있다.

뉴 밀레니엄 올림픽에서 한국은 외형적으로 체면 유지는 했지만 실상은 지난 세기와 전혀 달라진 점이 없다.

21세기 한국이 진정한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메달 숫자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사회체육의 활성화를 통해 기초 종목을 육성하고 체계적인 과학적인 선수관리, 활발한 국제 교류와 정보 교환을 통해 스포츠 외교의 세계화를 먼저 이루어야 할 것이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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