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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도 이젠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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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른초점바 컨소시엄이 위기에 빠진 벤처업계의 새로운 활로로 부상하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아날로그식 논리가 디지털 업계의 새로운 생존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 그러나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의 동지

벤처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컨소시엄이 위기에 빠진 벤처업계의 새로운 활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아날로그식 논리가 디지털 업계의 새로운 생존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

얼마 전 국내 리눅스 업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리눅스 관련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30여 업체들이 서로 기술을 지원하며 마케팅 및 사후관리(A/S)를 공동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이를 대외에 공포하는 자리였다. 이 컨소시엄의 이름은 ‘리눅스앳월드(Linux@World)’로 지어졌다. 이 컨소시엄을 제안하고 구성에 견인차 역할을 한 두리네트워크 김형성 사장은 “윈도 환경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와의 경쟁에서 중소 리눅스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뭉치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컨소시엄 구성 배경을 설명했다.

리눅스앳월드는 일단 리눅스 솔루션을 판매할 장소를 확보, 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이 개발한 각종 솔루션들을 공동으로 전시 판매할 계획이다. 일단 7억여원을 들여 서울 강남의 논현동에 2백 평 규모의 공간을 확보해 놓은 상태며 오픈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는 솔루션 판매는 물론 외국 바이어와 상담도 할 수 있으며 각종 행사도 진행 가능하다. 특히 공동 A/S센터로도 이용된다.

또한 리눅스앳월드는 솔루션 개발 비용보다 마케팅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드는 점을 감안, 공동으로 마케팅을 하는 전략도 펼칠 방침이다. 이를 위한 1차 방안으로 11월 13∼17일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컴덱스에 대규모 부스를 임대해 놓고 있으며 여기에 20여 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이 공동으로 참여, 마케팅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같은 컨소시엄 구성 열기는 보안업계에도 마찬가지로 불고 있다.

최근 정보보안 분야의 벤처기업뿐 아니라 IT솔루션 업체, 금융업체들이 종합 보안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뭉쳤다. 마크로테크놀러지, 시큐브, 펜타시큐리티, 코코넛, 어울림정보기술, 케이사인 등 보안업체와 한국BMC소프트웨어, 한국IBM(티볼리 사업부) 등 IT 솔루션 업체, 현대해상화재보험 등 금융업체가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11개 업체들은 지난 9월 1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컨소시엄 ‘세인트(SAINT: Security Alliance for Information Network & Technology)’의 구성을 공식 발표했다. 세인트는 컨설팅부터 보험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보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컨소시엄 구성의 목적은 증권·금융·전자상거래 등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정보보안 분야의 시장을 공동으로 공략하기 위함이다.

최근의 정보보안 환경은 인증, 암호화, 침입탐지, 방화벽 등 보안분야의 통합과 종합적인 관리 쪽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은 그동안 솔루션 판매 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컨설팅과 솔루션 판매, 테스트와 관리, 보험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어서 기존 보안업계의 마케팅 기법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마크로테크놀로지의 이성만 사장은 “무엇보다 고객들이 편안하게 보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컨소시엄 결성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세인트는 앞으로 통신, 금융,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환경의 중추적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산업 표준체계를 개발하고 보안 솔루션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다.

한글 도메인 업계의 컨소시엄 구성은 훨씬 치열하다.

지난 8월 말 한닉, 한글로닷컴, 포스텔, 후이즈, 가비아, 한강시스템, 서울시스템, 예스닉, 모니네 등 12개 업체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한글 도메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한글인터넷정보센터를 출범시켰다. 이 업체는 본격적인 영업을 앞두고 있으며 앞으로 인터넷서비스업체(ISP), 창투사, 외국계회사 등으로 컨소시엄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한글인터넷정보센터의 출범과 때를 같이해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5개의 한글 도메인 업체들도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성, 맞불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넷피아, 웹티즌, 한글도메인, 포스텔, KRDNS 등 5개 업체는 ‘키워드 한글 도메인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컨소시엄은 우선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합, 사용자들의 중복 등록에 의한 혼란을 막기로 했다.

DB가 통합될 경우 웹티즌의 제휴사인 유니텔, 두루넷, 넷츠고, 보라넷 등과 넷피아의 제휴사인 하이텔, 하나로 통신 등 국내 유명 ISP 이용자들이 통합된 DB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키워드 한글 도메인 컨소시엄은 앞으로 도메인 등록업체나 외국업체와도 단계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각 업체의 대표로 구성된 실무준비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

한글 도메인 업계의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과당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세계 국제 도메인을 관할하는 미국의 NSI가 한국시장 진입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주주로 있는 미국의 리얼네임즈社도 보다 편리한 키워드 방식의 도메인 서비스로 국내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해 한글 도메인 업체들간의 분열은 결국 외국 업체들에게만 좋은 상황을 만들어 주는 꼴이 된다.

한글 도메인 업계의 컨소시엄이 이렇게 양분된 데에는 컨소시엄 지분문제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 컨소시엄간의 통합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시험대에 오른 컨소시엄 구성전략

IMT-2000 서비스에 대비, 벤처기업간 컨소시엄 구성도 나름대로 진행되고 있다. 새롬기술, 엠펙솔루션스, 테크웨이, 넷엔티비, 넷코덱 등 5개 업체는 지난 8월 말 IMT-2000 구현의 핵심 기술인 멀티미디어 압축기술 ‘MPEG4’를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한 ‘MPEG4 인터넷 방송 솔루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은 관련 기술과 정보를 상호 교환키로 했다. 이를 위해 각 업체들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과 연구진을 컨소시엄에 투입할 계획이다.

즉 새롬기술은 인터넷 방송용 스트리밍 서버 개발과 플레이어 개발을, 엠텍솔루션스는 오디오·비디오 압축 재생기술을, 테크웨이는 솔루션 판매와 마케팅을, 넷엔티비는 서비스 모델 기획을, 넷코덱은 저작 도구 개발을 각각 담당한다.

휴대폰으로 양질의 동영상 화면을 보기 위해서는 고압축률과 전송기술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MPEG4는 차세대 이동통신의 상용화를 위한 핵심 기술이며 특히 이동통신이나 인터넷용 콘텐츠, 게임용 콘텐츠의 표준 멀티미디어 압축기술이다.

컨소시엄 구성은 전자책 분야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전자출판협회와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연구소, 대한인쇄문화협회,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5개 출판단체는 바로북닷컴, 북토피아, 에버북닷컴, 예스24, 와이즈북닷컴, 이북솔루션스, 이키온, 한국전자북 등 8개 업체와 ‘한국전자책컨소시엄(EBK: E-Book Korea)’을 구성했다. EBK는 앞으로 데이터포맷 표준화와 저작권 보호 등 e-북 시장의 인프라 조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러한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일부에서는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내기도 한다. 경쟁업체들이 모인 만큼 그 경쟁구도가 컨소시엄에 같이 참여했다고 해서 없어지겠느냐는 것이다. 오월동주(吳越同舟) 형국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참여업체들은 여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연합체가 내는 시너지 효과가 각개약진으로 얻을 수 있는 과실(果實)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사소한 갈등과 마찰을 잠재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컨소시엄을 통한 생존방식은 이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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