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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94> 미·EU, 이란 경제 제재 파장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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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이란과 서방이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이란이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서방 견제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서방 국가들은 이를 막기 위해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등 이란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제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란은 자국이 추진하고 있는 핵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으로 다른 나라가 이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이란 핵 이슈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바마 “이란과 거래하는 해외 금융사와 거래 금지”

이란 남서부 부셰르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이란에 고강도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감행할 경우 주요 목표물 중 하나다. [부셰르 AP=연합뉴스]

이란 제재의 맨 앞에 서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의회를 통과한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모든 외국 금융사들에 대해 미국과의 금융거래를 금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란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를 통해 핵 개발을 위한 자금줄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지난달 24일 국정연설에서 “이란의 핵 개발을 단호히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어떤 옵션도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군사적 행동에도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EU도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에 가세했다.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오는 7월부터 금지키로 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이란의 하루 원유 수출량 260만 배럴 중 45만 배럴을 수입하고 있다. 중국 다음으로 큰 고객이다. EU의 이 같은 제재에 이란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EU가 유럽에 이롭지 않은 일을 하면서 스스로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며 “금수조치를 시행할 경우 유럽은 타격을 받게 되겠지만 이란은 새로운 수출 시장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유럽의 일부 국가에 대한 원유 수출을 EU 제재조치 발효 전에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탐 카세미 이란 석유장관은 “이란산 석유가 없으면 유가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서방국들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에도 나섰다. 지난달 말에는 미 항공모함 3척이 이란 인근 해역에 동시에 주둔하기도 했다. 이란이 세계 원유 거래액의 20%에 달하는 물량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를 위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은 통상 바레인에 있는 미 해군기지에 존 스테니스함 1척만을 배치해왔다. 영국 등도 이란 인근 해역에 구축함 등을 배치했다. 이란의 군사 행동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란 하메네이 “겁 먹지 않는다” 핵개발 계속 표명

이 같은 서방의 압박에도 이란은 흔들림 없이 핵개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최근 국영TV로 생중계된 설교에서 “이란은 서방의 전쟁이나 제재 위협에 겁먹지 않는다”며 “서방의 금수조치와 전쟁 위협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이란만의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경제제재와 전쟁 위협으로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맞춰 이란의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도 서방을 겨냥한 무력시위에 나섰다. 이란 정부는 4일 남부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혁명수비대는 지난달에도 호르무즈해협 근처의 걸프만에서 해상훈련을 했다. 서방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되자 이란은 올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렸다. 이란 정부가 구체적인 국방예산 항목을 밝히진 않았지만 예산 규모는 1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란이 실제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군사적 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 비해 군사적으로 절대 열세인 이란이 전쟁을 벌일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전쟁이 발생할 경우 이란 경제의 핵심인 석유 수출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다.

중동 전문가들은 “핵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이란으로선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미국과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란이 서방에 대해 강온 양면정책을 쓰고 있다”며 “특히 강수의 경우 다음 달로 예정된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공습 최종 결정 미뤄

지난달 테헤란에서 발생한 테러로 이란 핵 과학자 모스타파 로샨이 숨졌다. 사진은 희생자가 탔던 자동차. [테헤란 AP=연합뉴스]

이란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고민에 빠졌다.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습 등을 통해 이란 핵시설을 파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미룬 상태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이란을 겨냥해 한층 고강도의 제재를 취해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설 시간이 소진돼 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 이스라엘은 최근까지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공개적으로 천명해왔다. 하지만 공격 시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 국방부 관리들은 이란 공격이 결정되면 올해 중반이 적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란의 핵 개발이 완료되기 전에 이를 타격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력한 우방인 미국의 암묵적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정치권은 올해 말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제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중동의 불안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2007년에도 시리아의 핵 원자로를 공습한 적이 있는 만큼 이란에 대한 독자적 공격을 언제든지 감행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란 1년 내 핵폭탄 4개 만들 수 있는 능력 갖춰”

중동 및 핵 전문가들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에는 1~3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군정보 책임자인 아비브 코차비는 “이란이 농도 20%의 농축우라늄 100㎏ 정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핵폭탄 4개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라며 “이란이 향후 1년 안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말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대략 1년 안에 핵폭탄을 개발할 능력을 갖고 있으며 핵탄두를 탑재할 미사일 개발에는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핵문제 해결을 위한 2차 회담을 연다. IAEA는 “이미 1차 회담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의 군사적 유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며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할 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IAEA를 통해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란이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굽히지 않는 한 협상은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한국 원유 수입 9.6%가 이란산 … 사태 악화땐 충격

이란 사태로 인해 글로벌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유가 상승 때문이다. 아흐마드 칼레바니 이란 석유부 차관은 최근 “EU의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로 인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의회는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EU 회원국을 압박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원유 수출 금지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란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을 겨냥한 것이다.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란 사태로 국제 원유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 사태로 인한 원유 공급 감소에 대비해 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유가를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압달라 엘바드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최근 “현재까지 석유 공급은 아주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다면 대안을 찾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도 전체 원유 도입량의 9.6%를 이란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어 유가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이란과 관련해 돌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유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의 상품 트레이딩 자회사인 제이애런 등을 인용해 “이란의 대응에 따라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25~70%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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