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점령자' 킥보드 조심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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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만 10만대 이상 보급. 올해 시장규모 1백억원.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 100여개. n세대의 새로운 레저기구 킥보드의 현주소다. 일본에서는 99년 6개월동안 4백만대 판매를 돌파했고,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10, 20대 젊은 층을 온통 사로잡은 킥보드를 '도로위의 점령자'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빠르고 재미있는 새로운 놀이기구가 그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킥보드의 보급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부상자수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만 하루에도 수십명의 환자가 킥보드를 타다 다쳐 정형외과를 찾고 있는 실정.

서울 강남지역의 영동정형외과는 "한달이면 10명 이상의 환자가 어깨나 팔목에 찰과상을 입고 병원을 찾는다. 심한 경우 뼈가 다쳐서 들어오는 환자도 많다"고 밝힌다.

대치동 연세정형외과의 박은경 간호사는 "어제랑 엊그제에도 1명씩의 환자가 들어왔다. 10살정도의 남자아이가 팔에 찰과상과 골절상을 입어 기브스를 하고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병원측은 주로 어린 학생들이 타다 넘어지면서 팔로 받치며 골절상을 입거나 손목이 부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최근 청담동에 사는 李모(11)
양처럼 심할 경우 뼈가 어긋나는 부상을 입기도 한다.

10대가 가벼운 찰과상에 그치는 반면 빠른 스피드와 점프 묘기등을 즐기는 20대는 전치 4주이상의 중상을 입는 경우가 잦다.

최근 발목에 전치 8주의 발목 골정상을 입고 청담동 방주병원 정형외과에 입원한 金모(24)
씨. 점프 묘기를 연습하다 넘어지면서 낭패를 봤다.

킥보드 동호회 사이트에는 묘기를 연습하다 다칠 뻔한 '무용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ㅊ씨는 19일 "죽는 줄 알았다. 길거리에서 힘껏 점프를 하다 자빠져 핸들에 옆구리와 배를 다쳤다. 집에서 보니 4군데나 멍이 들어 당분간은 보딩할 생각이 안난다"란 글을 동호회 사이트에 올렸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도 킥보드 관련 사고가 접수됐다. 지난달 22일 모승완(12)
군은 집주변에서 킥보드를 타다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쳤다. 모군은 옆머리가 3cm가량 찢어져 강동 카톨릭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고 7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10대 후반의 청소년들이 킥보드를 혼잡한 도로에서 타는 것을 규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박동현씨는 "차들 사이를 킥보드를 타며 곡예하듯 빠져나가는 모습이 너무 위험스러워보였다. 행인들이 붐비는 인도에서도 마찬가지다. 킥보드를 타는 사람이나 보행자를 위해서도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97년 처음 킥보드를 만든 '원조국' 미국에서는 최근 킥보드와 관련한 소비자 경보가 내려졌다. 한국의 소비자보호원격인 CPSC(Consumer Product Safety Commission)
는 최근 킥보드를 타다 사고를 당해 응급실에 실려간 환자가 5월 이후 700%이상 급증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내에서 8월 한달에만 4천명 이상이 킥보드를 타다 다쳐 응급실 신세를 졌고 올 한해동안에는 9천4백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CPSC는 또 이들 환자들의 90%이상이 15세이하의 어린이들이고 부상부위는 손과 팔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방주병원 김병철 정형외과의사는 "킥보드는 속도도 빠르고 브레이크도 잡기 힘들어 상당히 위험한 운동기구다. 급하게 경사진 곳에서 빠르게 내려오다 행인과 부딪쳐 둘 다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경고한다.

Joins 손창원 기자 <pendori@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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