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승부조작 유혹하는 불법 도박 발본색원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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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돈의 유혹 앞에 스포츠 정신이 갈수록 실종되고 있는 것일까. 프로축구의 승부조작에 이어 프로배구에서 기록·점수 조작 사건이 적발됐다. 프로배구 V리그 경기 중 이 같은 조작 행위에 가담하고 돈을 받은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프로배구단 KEPCO 소속 전·현직 선수들과 이를 사주한 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베팅해 돈을 챙긴 브로커가 검찰에 구속됐다. 이 같은 경기 조작 행위는 스포츠의 근간을 뒤엎는 범죄인 동시에 팬들에 대한 배신이다. 의외성과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하는 스포츠에 조작과 담합이 끼어들면 스포츠 정신도, 팬들의 감동도 모두 사라진다. 스포츠 스타들을 롤모델로 보며 성장하는 청소년들에게 줄 충격도 만만치 않다. 스포츠에는 절대로 거짓이 개입해선 안 된다.

 스포츠 팬들은 이미 추악한 승부조작의 말로를 목격했다. 일부 프로축구 선수가 검은돈에 매수돼 승부조작을 일삼다 줄줄이 구속되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폭력조직의 사슬에 걸려든 젊은 선수 두 명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기까지 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국기인 스모가 존폐 갈림길에 섰다.

 이런 일을 목격하고도 스포츠계에서 또다시 조작 행위가 발생했다는 점은 충격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관련 스포츠 단체·팀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관련자들을 엄중 징계해 다시는 코트를 더럽히지 못하도록 해야 마땅하다. 선수들에 대한 스포츠맨십 교육도 필요하다. 사법 당국이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당국은 이런 부정 행위를 조장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들을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 사행행위를 부추기면서 돈으로 스포츠인들을 범죄의 길로 유혹한 불법 도박 관계자들은 법이 허용하는 최고형으로 다스려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