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담임까지 기피하면 누가 폭력 막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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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등 교원단체 대표들이 어제 서울지방경찰청과 경찰청을 찾아갔다. 최근 경찰이 학교폭력을 방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중학교 교사에 대해 직무 유기로 사법처리키로 하자 이를 교권 침해로 규정하고, 항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교조도 항의 성명을 냈다고 하니 걸핏하면 대립하는 교원단체들이 교권 문제에 있어서는 한목소리를 낸 셈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교사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어지다 보면 교사들의 교육 활동은 위축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지역 초·중·고교에서는 담임이나 생활지도 담당 보직을 맡지 않으려는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교사의 역할은 교과지도와 생활지도 두 가지인데 정당한 사유 없이 담임을 맡지 않겠다면 교사로서의 한쪽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담임이라는 자리가 고되지만 보람된 이유는 어려운 처지의 제자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들이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생활지도 역할에 있다는 건 교사들이 더 잘 안다.

 교원단체들이 교권 보호를 요구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교사들도 요즘 학교로 찾아와 일진 명단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경찰들에게 불만을 터뜨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학교폭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절망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원단체나 교사들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자를 지켜주겠다는 굳은 다짐의 표현이어야 한다.

 학부모 역시 교사와 학교를 믿고 공동체 내에서 이 문제를 풀어가되 그래도 안 될 때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순서를 밟아야 한다. 경찰 역시 특진을 노리고, 건수 올리기 식으로 무리하게 수사해 학교 공동체를 흔드는 일은 삼가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나온 지 일주일이 채 안 됐는데도 학교와 경찰이 이렇게 손발이 안 맞아서야 무슨 문제를 해결하겠는가. 매주 학교를 찾겠다는 국무총리부터 현장을 챙겨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