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남자 +80Kg급 미리보기

중앙일보

입력

포스트 김제경은 과연 누가 될 것인지 세계 태권도인들의 관심이 시드니로 집중되고 있다.

오는 30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태권도경기 마지막날 남자 80Kg이상급 경기에 김제경은 없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10여년간 세계 남자 헤비급의 정상을 지켜왔던 한국의 김제경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해 남자 80Kg이상급 금메달을 누가 차지하게 될지 알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포스트 김제경으로 떠오르는 후보는 세명으로 압축되고 있다.

김제경의 뒤를 이어 한국 대표로 선발된 김경훈, 이미 오래전부터 김제경의 자리를 노려온 프랑스의 파스칼 젠틸, 1999 캐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헤비급 3위를 차지하며 일약 세계 헤비급 강자로 떠오른 호주의 다니엘 트렌튼이 그들이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누가 뭐래도 프랑스의 파스칼 젠틸이다. 2m가 넘는 키에서 나오는 파워가 아주 인상적인 파스칼은 지난 4월 프랑스 월드컵에서 헤비급 1위를 차지하며 기세를 올린 바 있다. 최근 그의 컨디션은 매우 좋은 편이다.

김경훈은 세계대회보다도 더 어려운 한국의 국내선발전을 통과한 선수라는 점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금메달 후보다. 그는 1997 홍콩 세계선수권대회 웰터급 3위라는 경력이 말해주듯이 이번 올림픽에 체급을 상향 조정해 출전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제 22세밖에 되지 않은 호주의 다니엘 트렌튼은 호주에서 가장 금메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기대주다. 호주 올림픽대표팀의 정진태 코치는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8명의 호주 선수 중에서 다니엘의 우승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현재 파스칼이나 다니엘 등 김제경을 대비해 훈련해왔던 선수들은 한국 대표선수의 갑작스런 교체로 김경훈이라는 다소 생소한 선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지만 그럼에도 김제경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호주의 정진태 코치는 "처음에는 다니엘이 은메달을 따낼 것으로 봤는데 김제경이 안 나온다니 금메달까지 욕심을 내봐야겠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김경훈이 그들에게 영 만만한 선수만은 아니다. 김경훈은 키가 195Cm다. 한국 올림픽대표팀의 최정도 감독은 "김경훈은 키가 커 오히려 파스칼 같은 장신 선수들 상대하기에 더 낫다"고 말하고 있다. 거기다가 김경훈의 기술적인 면에서 김제경보다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경훈이 1999 캐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헤비급 정상을 차지했던 한국의 문대성을 최종선발전에서 눌렀다는 점도 그가 결코 파스칼이나 다니엘에게 호락호락한 상대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강력한 오른발 발차기로 올림픽 사상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경기 남자 80Kg이상급을 노리는 파스칼,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걸고 파스칼과의 한판 대결을 벼르고 있는 한국의 김경훈, 주최국이라는 프리미엄을 얹어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호주의 다니엘, 이 세 사나이의 앞날은 현재 그 누구도 정확하게 점치지 못할 것이다.

이들 외에도 이 체급에서는 영국의 콜린 델리, 니카라과의 카를로스 델가도, 쿠바의 넬슨 샌즈 등이 메달권에 근접해 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트 김제경의 영광은 과연 누구 차지하게 될 것인가? 세계 태권도인들은 이번 올림픽 태권도경기 마지막 결승전이 치러지는 그 시간, 텔레비젼 앞으로 모여들 것이다. 김제경의 뒤를 잇는 새로운 패자의 등장을 지켜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