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부상 도미노'에 '뜨거운 가슴'

중앙일보

입력

"우, (박)경완이도 없고…. "

"어, (박)재홍이도 없고…. "

'김응룡 시리즈' 의 시드니 올림픽 버전이다. 김감독은 선동열과 이종범이 떠나자 해태의 전력 약화를 아쉬워하며 한동안 걸핏하면 '○○도 없고, ××도 없고' 라는 혼잣말을 내뱉곤 했다.

시드니 현지에서 연습 중 송지만(한화)이 다치는 것을 시작으로 대표팀의 부상이 줄줄이 이어지자 김감독의 옛 버릇이 되살아난 것이다.

지난 17일 호주전에서 포수 박경완(현대), 19일 쿠바전에서 3루수 김한수(삼성), 23일 일본전에서 정민태.박재홍(이상 현대) 등 부상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자 구수한 억양에 실린 김감독 특유의 구시렁거림이 그칠 줄 몰랐다.

1루로 뛰다가 오른쪽 발목을 다친 박재홍의 공백은 결승 토너먼트를 앞둔 대표팀으로서는 치명적이다.

대표팀 중심 타선은 이승엽.김기태(삼성)에다 첨병 이병규(LG) 등 왼손타자들 일색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른손 타자의 핵 박재홍의 이탈은 타선의 불균형을 극대화하는 데다 외야 수비에서도 발과 판단이 모두 늦은 장성호(해태)를 기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예선 한 경기 한 경기를 전쟁처럼 치렀던 대표팀은 올림픽 야구 사상 첫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전쟁으로 표현하면 주력 병사들의 옷은 피로 물들었고 사상자도 많이 나온 셈이다.

차.포를 뗀 장기를 두면서 4강 진입을 이뤄낸 김감독은 결승 토너먼트에서 더욱 부족한 병사들로 전쟁을 치러야 한다.

다행히 일본전에서 승리하면서 대표팀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아 있다.

예선 탈락의 위기 직전 기막힌 홈 송구로 대표팀을 건져낸 이병규(LG)는 "이제 금메달을 따내겠다" 고 큰소리 친다.

김감독은 선수들의 뜨거워진 가슴이 메달 획득과 김응룡 시리즈 중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잡이를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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