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 퇴진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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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시리아 결의안이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이 무산됐다. 이로써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 동안 6000명 가까이 숨진 시리아의 비극적 사태는 이른 시일 안에 종결되기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는 무기 판매나 중동 지역에 대한 영향력 약화를 우려한 자국 이기주의의 발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독재자의 철권 통치에 저항하는 시리아 국민의 희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 정부군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표결이 있는 날에도 반정부 세력 거점인 홈스 지역 민간인 거주지역을 포격함으로써 260여 명이 숨지기도 했다. 안보리 결의안이 무산될 것을 미리 알고 오히려 반정부 세력 탄압을 강화한 꼴이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시민 학살은 오히려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현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은 1982년 반정부 시위대 수만 명을 학살한 전력이 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 것이다.

 리비아의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토대로 국제사회가 무력 개입함으로써 카다피를 축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리아의 경우 40억 달러의 무기 수출을 진행 중인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무력 개입을 차단하고 있다. 중국도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 약화를 염려해 알아사드 대통령 정부의 붕괴를 저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두 나라가 입장을 바꾸도록 설득하고 압박해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끝내 고집을 부린다면 국제사회는 두 나라를 배제하더라도 알아사드 대통령을 퇴진시킬 수 있는 특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상당한 정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시리아 반군들에게 무기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미국과 유럽연합(EU), 중동 각국들이 리비아에서처럼 시리아 정부군의 시민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한 공습도 추진해야 한다. 시민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독재자의 악행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막아야 한다. 국제사회는 21세기에 벌어지는 대규모 반인륜 범죄와 맞닥뜨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