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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패러다임! 2025년의 화두

중앙일보

입력

되짚어보니 다가올 2025년이란 해는 '거대한 문제적 연대' 입니다.

문제적 연대, 과장없이 그렇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일급의 인문사회 과학자들이라면 공교롭게도 2025년을 세기의 해, 그 이상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자는 뒤늦게 떠올렸습니다.

그 때를 기점으로 지난 3백년의 근대문명, 정확하게는 자본주의 문명과 근대적 세계체제가 일단 마감된다는 것,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신질서가 도입되지 않겠나 하는 다양한 전망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죠.

학자들에 따라서는 문명의 주도권이 탈(脫)서구로 돌아선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지간한 합의를 보고 있지만, 진단의 방향이 조금씩 다를 뿐 입니다.

이런 요소에 대한 뒤늦은 발견은 지난 주 소개한 제프리 존스의 〈나는 한국이 두렵다〉(중앙M&B)에 힘입었습니다.

특히 이 대목. 그는 한국이 일본을 제치는 것은 물론 2025년 전후 수퍼파워 미국에 제동을 걸 '새로운 세상의 빅브라더' 라고 언명을 했습니다.

물론 그의 전망이란 학문적 엄밀성과는 거리가 먼 분석이죠.

이와 달리 비판적 지성에 합당한 준거틀로 뒷받침되는 이론을 펼친 것이 미국 사회학자 임마누엘 월러스틴입니다.

월러스틴, 이 학자에게 요즘 말로 기자가 뻑 갔던 것이 그의 신조어(新造語) 'unthinking' 이었습니다.

'rethinking' 과 달리 이 말은 기존 지식체계의 전면적 부정을 의미합니다.

그는 이 신조어를 1990년대 초반 연구서 〈Unthinking Social science〉를 내면서 사용했는데, 우리말 번역본(창작과 비평사)은 이것을 〈사회과학으로부터의 탈피〉로 옮겼더군요.

뉘앙스 전달상 썩 좋은 번역어는 아니라고 판단되는데, 어쨌든간에 19세기 이래 우리 뼛속까지 침투한 근대적 지식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그의 문제의식이 감지가 됩니다.

거물 학자다운 펀치력이기도 합니다.

월러스틴이 겨냥하는 것은 무궁무진한 자본축적의 매커니즘으로 지구촌을 장악했고, 물신(物神)주의를 확대생산한 자본주의 체계란 '심각하게 삶의 질을 훼손시킨 체제' 에 불과하며, 2025년 이후에는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새 체제가 등장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지난해 신간 〈유토피스틱스〉에 나오는 진단이죠.

월러스틴이 어디 쪽집개 도사입니까? 그는 공허한 예언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서 학자로서 정치 도덕적 선택을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근대 이후 새로운 역사 전개는 없다' 며 역사의 종언을 말하는 프란시스 후쿠야마 식의 공허한 오만과는 질적으로 구분되며, 문명 충돌론을 내세우는 사무엘 헌팅톤식의 패권주의 심리와도 다릅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세계질서는 중국이 지배한다는 J 나이스비츠 식의 전망도 그저 참조항목 정도에 불과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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