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주력품 단가하락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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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수출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철강, 섬유등 주력품목들의 수출단가가 최근들어 하락세를 보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고유가에 따른 원가상승으로 수출단가가 올라도 모자라는 판에 주력제품들의 수출단가가 계속 떨어질 경우 업계의 수익성 저하는 물론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대표적 수출품인 반도체의 경우 국제시장 현물가격이 지난 7월중순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주력품인 64메가(8×8) SD램 PC100은 지난 7월 중순 개당 최고 9.2달러를 기록한 이후 8달러선에서 하향 안정세를 보이더니 이달들어 급락, 최근에는 6달러대로 내려앉았다.

또한 차세대 수출주력품인 128메가(16×8) SD램 PC133의 가격도 7월말 19.29달러를 기록한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최근에는 개당 17달러 안팎으로 떨어졌다.

반도체업계는 수출의 90% 이상이 안정적인 고정거래처에 공급되기 때문에 현물시장 가격에 크게 민감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물시장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경우 고정거래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섬유류의 경우 작년 동기보다는 대체로 수출가격이 올랐지만 올들어 4월 이후로는 수출단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폴리에스테르섬유의 수출단가는 4월에 t당 879달러에서 5월에는 870달러, 6월에는 866달러로 하락하더니 7월에는 833달러로 떨어졌다.

면사의 경우도 4월에 t당 5천129달러를 기록한 이후 계속 떨어져 7월에는 4천379달러에 그쳤으며 아크릴단섬유직물 역시 6월에 t당 7천942달러에서 7월에는 7천44달러로 수출단가가 내렸다.

섬유업계는 특히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화학섬유류의 원료인 유화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원가부담이 가중돼 채산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철강의 경우 신일본제철, 가와사키제철, 스미토모금속 등 일본 주요 고로업체들이 상반기에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 철강제품을 작년 동기보다 18% 늘어난 5천200만t을 생산, 증산물량 소화를 위해 저가수출에 나서면서 국제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남아, 중국 등에 수출되고 있는 포항제철의 열연, 냉연강판 가격도 금년 5월이후 하락세가 지속돼 최근에는 수출단가가 작년말보다 t당 10-25달러 가량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의 경우 지역에 따라 달러화 또는 유로화 등 외화표시 가격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수출단가의 변동은 없으나 유가상승으로 인한 운송비 인상압력과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원화기준 단가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에따라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업계는 통상 연말이나 연초에 실시하는 수출품 가격조정에서 판매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나 가격경쟁력의 문제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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