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횡령 '돌려막기'한 대학 이사장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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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학 돈을 빼돌려 다른 학교법인에서 횡령한 돈을 메우거나 국가보조금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사용하던 대학 이사장과 교수·직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3일 50여 개 대학을 상대로 지난해 7~9월 실시한 ‘재정운용 투명성 점검’ 결과, 다양한 수법의 재정비리를 적발해 관계부처와 수사당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이사장부터 교수·직원까지 다양했다. 비리를 단속해야 할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청 직원이 비리를 눈감아 주거나, 심지어 유착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A학교법인 이사장 가족은 대학 등을 운영하면서 100억원을 횡령했다. 그러고도 이들은 다른 학교법인을 인수했고, 횡령액을 변제하라는 교과부의 요구가 있자 새로 인수한 대학의 재산을 빼돌려 횡령액을 메웠다. 감사원은 “공익법인 재산으로 횡령액을 변제하는 것은 사학의 공공성에 비춰 허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관할 시교육청이 2007년 A법인 이사장 일가의 횡령 사실을 적발하고도 검찰 고발이 아닌 의원면직하는 선에서 마무리한 일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A법인 이사장 일가에게 임원 취임을 취소하고, 횡령액을 회수하도록 하라고 교과부에 요청했다.

 또 B대학 산학협력단의 모 교수는 2006~2009년 국고보조금을 받아 11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돈을 대부분 개인 용도로 썼으며, 일부를 교과부 공무원이나 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원을 접대하는 데 사용했다. H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2명에겐 1000만원 상당의 접대와 상납을 하고, 교과부 담당 사무관(현재 서기관)에겐 골프장 이용료와 유흥비 등으로 수백만원을 쓰기도 했다. 감사원은 교과부에 국고보조금을 유용한 교수와 접대를 받은 소속 공무원에게 인사 책임을 물으라고 통보했다.

 2009~2010년 지방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파견돼 일하면서 부하직원에게 뇌물을 받은 교과부 국장도 걸렸다. 그는 인사 청탁 명목으로 400만원을, 대외 활동비로 200만원을 받았다. 교과부의 비리 사슬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교과부 국장에게 금품을 상납한 국립대 시설과 사무관 한 명은 대학 시설공사를 맡은 업체들로부터 180만원의 금품을 받고, 2400만원짜리 승용차를 받아 쓰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 2명을 파면하라고 교과부에 요구했다.

 이 밖에 C대 공과대 모 사무장은 2006~2010년 교비 지출 업무를 맡으면서 10억여원을 횡령해 생활비 등에 썼다가 적발됐다. 이 사무장은 뒤늦게 횡령액을 변제했지만 감사원은 징계하라고 교과부에 요구했다.

 감사원은 대학 재정운영 과정에서 불법·비리를 저지른 104명을 지난해 11월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또 “각종 불법·비리는 대학 자율성의 근간인 투명성·책임성을 훼손한다”며 관련자를 엄정 처벌하라고 교과부에 요청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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