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결산] 금1·동1 예상밖 쾌거

중앙일보

입력

예상을 뒤엎고 금1.동1개를 따낸 펜싱은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으며 한국의 초반 메달 레이스에 크게 기여했다.

1945년 일본에 유학갔던 김창환이 배워와서 한국에 도입한 펜싱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단 한개의 메달도 따지 못해 서자 취급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상기(남자 에페 개인)의 첫 동메달에 이어 김영호(남자 플뢰레 개인)가 금메달을 따내고 남자 에페 단체도 아쉽게 결승 진출을 놓치는 등 일약 가능성 있는 종목으로 떠올랐다.

84년 LA대회부터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펜싱은 92바르셀로나와 96애틀랜타 대회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4강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런 펜싱 1세대들의 한을 이번에 풀어준 것이다.

김영호의 금메달은 대한펜싱협회가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공을 들여온 결과라 할 수 있다.

95년 장영수 회장(대우건설 회장)이 취임한 이후 협회는 꾸준한 투자를 해 유망주들의 해외 전지훈련과 대회 참가를 도왔다. 이를 통해 선수들은 경험을 쌓고 상대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 장회장과 이근배 부회장이 국제펜싱협회(FIE)의 집행위원장과 상벌위원을 맡음으로써 한국 펜싱의 위상을 높인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아시아 국가에 불리하게 작용하던 편파 판정이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 펜싱은 김희정.이금남.이정은(이상 여자 에페)이 국제 주니어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을 갖고 있는 등 좋은 재목이 자라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초.중.고 팀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도약과 침체의 기로에서 터진 올림픽의 쾌거는 한국 펜싱이 한단계 도약하고 저변이 크게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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