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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유가 이것이 궁금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일 치솟는 국제유가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유가는 각국의 성장을 저해하고 물가상승을 부추겨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우려까지 낳고 있다. 외교적.사회적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고유가 사태를 문답풀이 형식으로 총정리한다.

- 국제유가는 얼마나 올랐나.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

"유가는 지금 배럴당 36~37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1990년 걸프전 이래 최고 수준이다. 98년말에는 10~12달러에 불과했고, 올해 초에도 24~27달러였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걸프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겨울 성수기도 다가오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다음달 회의에서 다시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관측되고는 있지만 올 겨울 난방용으로 쓸 기름을 시간 맞춰 공급하기엔 이미 늦었다. 유가 강세는 당분간 계속되다가 내년초에야 꺾일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더라도 30달러선 아래로 내려갈 지는 확실치 않다."

- 고유가는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유류비와 석유 관련제품 값이 오름에 따라 인플레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유류세를 낮춰 유가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여달라는 소비자들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기름을 수입하는데 예전보다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경상수지도 악화된다. 선진국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낮은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이 특히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유가가 35달러선에 이를 경우 한국 등 아시아 개도국들의 내년 경제 성장률이 0.4~0.5%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내년 유가가 30달러가 되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8억달러에 그치고, 35달러까지 오르면 21억달러의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 유가는 왜 이렇게 오르는가.

"가장 큰 이유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난방유 재고가 지난해의 4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넘치는 수요를 감당치 못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등 주요 소비국들은 세계 경제가 본격 회복되면서 원유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는데도 OPEC이 공급 물량을 조절, 고유가를 유도해 경제적 이익을 꾀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세계 석유 수출시장의 60%를 점하고 있는 OPEC이 증산을 확대해야만 수급 불균형이 해소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OPEC은 "국제 투기꾼들의 농간, 대형 석유회사들의 비축 물량 감소 등이 고유가의 진짜 주범" 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맞서는등 걸프 지역의 정정 불안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 유가 안정의 돌파구는 없나.

"주요 산유국들의 추가 증산을 통해 수급 균형을 맞추고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더 이상 증산이 없을 경우 올 겨울 세계적으로 하루 1백만배럴 가량의 원유 부족 사태를 맞으리란 전망이다.

OPEC은 하루 2백만배럴을 추가 생산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OPEC은 정제 시설이 부족한데다 유조선 확보난까지 겹쳐 추가 증산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는 셸.BP아모코.엑슨-모빌 등 석유 메이저들이 가격 완충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메이저들은 과거 대규모 비축 물량을 통해 유가가 오르면 공급량을 늘리고 유가가 내리면 공급량을 줄여왔으나 최근에는 고유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 있다.

현재 국제유가에는 배럴당 8달러 정도의 투기성 요인이 있는 만큼 소비국.생산국들이 협조해 국제투기꾼을 단속할 필요도 있다."

- 각국 정부는 현재 유가 안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미국과 EU는 OPEC의 추가 증산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전방위로 압력을 넣고 있다. OPEC은 거듭되는 압박으로 최근 50만배럴을 추가 증산할 뜻을 내비쳤으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 의회는 OPEC를 가격담합 혐의로 제소,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에너지 안보법안을 추진중이다. 프랑스의 조스팽 총리는 다음주 OPEC 각료회담에서 미국.EU가 참여하는 국제 유가 대책회의를 열자고 20일 제안했다.

선진 7개국(G7)재무장관들도 23일 열리는 세계은행 총회에서 유가 안정대책을 심도있게 다룰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전략비축유 방출을 검토하고 있다."

- 전략비축유란 무엇인가.

"미국의 전략비축유(SPR)는 비상시를 대비해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등지에 비축한 석유로 약 5억7천만배럴에 달한다. 석유 비축 구상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처음 거론됐으나 아랍권이 석유 수출을 전면 중단한 1973~74년의 제1차 오일쇼크 이후 구체화돼 77년 처음 시행됐다.

실제로 SPR의 방출이 실행된 것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유가가 폭등하자 3차 석유 위기를 막기 위해 1천7백30만 배럴을 매각한 것이 유일하다. 당시 SPR이 방출되자 시장이 안정세를 되찾고 유가 오름세가 꺾였다. SPR의 시장 조정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 예였다."

- 국제유가는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르던데.

"국제석유시장에서 거래되는 대표적인 유종(油種)으로는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브렌트유▶두바이유가 있다.

WTI는 뉴욕상품거래소의 선물거래 대표종목이다. 세계 원유 시황의 지표로 사용된다.

텍사스주 서부와 뉴멕시코주 동남부 지역에서 하루 43만5천배럴 정도 생산되며 미국내에서 전량 소비된다.

북해의 브렌트.티스틀.콜만.휴톤 등 9개 유전에서 생산되는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석유시장에서 선물로 거래되며 하루 70만~80만 배럴이 생산되고 유럽에서 자체 소비된다.

두바이유는 아랍 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에서 생산된다. 현물 비중이 높아 중동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는 물량의 기준이 됐다.

아시아 국가들은 사우디산 등 기타 중동국가 원유를 수입할 때 매월 공시되는 두바이 현물가격을 기준으로 대금을 지불한다.

현재는 생산량이 20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져 중동 유가의 기준으로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두바이유 등 중동산을 주로 수입한다."

- 국제 유가는 어디서 주도하나.

"73년 10월 이란과 사이디아라비아가 유가결정 협정을 체결한후 OPEC는 석유 메이저와 협의없이 산유량을 조정, 유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협정 체결후 유가는 석달만에 4배, 74년말 5배나 뛰었다. 60년 출범한 OPEC에는 사우디.베네수엘라.쿠웨이트.이란.이라크 등이 가입해 있다. OPEC이 주도권을 잡기 전에는 셸.BP.엑슨모빌 등 대형 정유사들이 사실상 가격을 좌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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