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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추울 때도 괜찮았는데 … 코레일 “추워 배터리 고장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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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일 오전 지하철 1호선 전동차 고장으로 서울역 승강장이 출근길 시민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다. 후속 열차를 이용한 이송 과정에서 이 전동차는 오전 8시 35분쯤 종로5가역에서 탈선했다. [김성룡 기자]

2일 발생한 서울 지하철 1호선의 고장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국토해양부 항공철도조사위원회 관계자는 “공식 조사 결과는 한 달 뒤에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55년 만에 서울을 덮친 강추위가 중요한 원인이 됐을 것이란 추측이 유력하다.

 사고 차량은 서울역 직전에 있는 20m 안팎의 통칭 사(死)구간으로 불리는 절연구간을 통과한 직후 멈췄다. 이 구간은 전동차를 움직이는 전기가 코레일이 사용하는 2만5000V 교류에서 서울메트로가 사용하는 1500V 직류로 바뀌는 구간이다. 전동차가 절연 구간을 통과할 땐 차량 내 모든 전기 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긴다. 객차의 실내등도 3~5초간 꺼진다. 전동차는 가속도를 이용해 계속 앞으로 진행하고, 절연구간을 통과한 뒤 다시 자동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달리게 된다.

 하지만 고장 차량은 절연구간을 통과한 뒤에도 정상적으로 전기 공급이 재개되지 않았다. 기관사는 배터리를 이용해 차량을 움직이려 수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사고 복구반이 고장 차량을 서울역으로 이동시킨 후 배터리를 점검해 보니, 전압이 정상치인 84V에 훨씬 못 미치는 40V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뒤틀린 전동차 탈선한 K602호 전동차의 8번째 칸과 9번째 칸 연결구간이 틀어져 있다. [김도훈 기자]

 이광희 국토부 철도기술안전과장은 “강추위로 배터리 성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승언 코레일 광역철도본부 광역차량처장도 “고장 차량은 전날 천안역에 도착해 차고 밖에서 밤을 보내고, 오전 5시16분 서울로 출발했다”며 “강추위가 배터리 전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레일의 기강해이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지적도 있다. 2일 서울의 기온이 영하 17.1도까지 떨어졌지만 더 추운 날이 있었던 1월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겨울철 최저 기온이 2일보다 낮았던 날이 2000년 이후에만 3일이나 있었다. 지난해 1월 16일 기온이 영하 17.8도였고 2001년 1월 14, 15일에도 각각 영하 17.7도, 18.6도를 기록했다. 차량 배터리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번 강추위가 며칠 전부터 예고된 만큼, 코레일이 정비·점검 소홀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날씨 탓을 한다는 지적도 일부 있다. 지하철 1호선은 1974년 개통됐다. 시설이 노후돼 다른 노선에 비해 고장이 잦다. 지난해에도 26번이나 고장이 났다. 한 달에 두 번꼴이다.

특히 코레일 소속 전동차는 그간 날씨가 추워질 때마다 잦은 고장을 일으켜 왔다. 폭설과 한파가 심했던 2010년 1월 6일엔 서울 동대문구 외대앞 역에서 열차가 엔진 고장으로 멈춰서 승객들이 지상 플랫폼에서 50분가량 추위에 떨어야 했다. 다음 날인 7일 아침에도 코레일 소속 전동차 2편의 출입문이 고장 났다. 8일엔 종각역과 시청역에서 열차가 엔진 고장으로 멈춰 서는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해에도 1월 16일 외대앞역에서 신이문역 방향으로 가던 전동차가 고장으로 멈춰 섰다. 새해 들어서는 기관사 실수로 전동차가 정차역을 지나쳐 역주행한 일도 두 차례 있었다.  

김한별·이상화 기자

멈춰 선 지하철 1호선 … 부실 점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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