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가자지구 가다 ‘신발 봉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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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하마스 보안군이 2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진입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차량 행렬을 호위하고 있다.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가족들은 반 총장이 자신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며 반 총장이 탄 차량에 신발을 던지고, 인간사슬을 만들어 차량을 막아서기도 했다. [가자지구 신화=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탄 차량이 팔레스타인 남서부에 있는 가자지구로 가던 중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던진 신발에 맞는 수모를 당했다.

 AP통신 등은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친척 40여 명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을 연결하는 에레스 크로싱에 모여 반 총장의 가자지구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반 총장이 자신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손에는 영어·아랍어로 “반기문, 이스라엘편 좀 그만 들어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다.

 이들 가운데 2명은 반 총장이 타고 있는 방탄 차량에 슬리퍼를 던졌다. 아랍권에서 신발을 던지는 것은 도둑 등에게 취하는 행동으로, 매우 심한 모욕으로 인식된다. 시위대는 또 인간 사슬을 만들고, 반 총장의 차량이 가자지구로 진입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하마스 보안군이 이들을 쫓아내 반 총장은 가까스로 가자지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수감자 가족 대표인 자말 파르와나는 “반 총장에게 상징적인 메시지를 주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우리는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권리가 있 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70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수용하고 있다. 가자지구 출신 수감자들의 가족들은 이스라엘의 엄격한 규제 때문에 2006년부터 가족을 면회하지 못했다.

 한편 반 총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비공식 대화를 돕기 위해 가자지구를 찾았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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