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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저메키스의 '왓 라이즈 비니스'

중앙일보

입력

〈왓 라이즈 비니스〉에 대한 소문은 어느 외지를 보고 처음 알았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그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포레스트 검프〉와〈백 투 더 퓨쳐〉를 만든 바 있다)
해리슨 포드, 미셸 파이퍼 등의 스타를 동원해 호화판 캐스팅으로 만든 신작이다. 그런데 외지 기사에선 이 영화를 "그런대로 재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조금만 신경써서 보면 형편없는" 영화라고 깎아 내렸다. 과연 어떤 영화길래?

한 가정을 무대로 남편의 감춰진 비밀, 은닉된 살인사건 등을 촘촘하게 엮어 내리는〈왓 라이즈 비니스〉는 분명 보기에 지루하진 않은 오락영화다. 하지만 역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무서운' 영화보다 '우스운' 영화를 만드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왓 라이즈 비니스〉에서 노먼 박사는 직장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완벽한 삶을 영위하는 과학자다. 그의 부인 클레어는 딸과 남편만을 위해 살아왔다.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이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노먼 박사의 집에서 이상한 일들이 발생한다. 클레어 혼자 집에 있을 때면 액자가 저절로 바닥에 떨어지고, 급기야 한 여성의 환영마저 본다. 겁에 질린 클레어는 정신과 치료를 받지만 남편은 그녀의 문제를 쉽사리 무시해버린다. 클레어는 점차 유령의 정체에 호기심을 갖게 되는데 실종자의 신원을 추적하던 도중 스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제까지 깨닫지 못했지만 자신이 오랜동안 '적'과 동침해온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이 영화는 많은 대목 히치콕의 스릴러 영화를 인용하고 있다. 클레어가 호기심에 이웃집을 유심히 엿보는 것은〈이창〉에서 빌려온 것이고 욕실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점은 〈사이코〉를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포레스트 검프〉등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만들었던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특수효과를 '이야기'에 절묘하게 버무리는 능력이 있는 연출자인지 기억할 것이다.〈왓 라이즈 비니스〉에서도 이점은 같다. 남편의 비밀을 모두 알아챈 클레어가 노먼 박사와 혈투를 벌이는 장면들에서 CG가 부분적으로 사용되는데 영화를 보는 이의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역시 잘 드러나지 않는 특수효과로 영화를 포장하는 것엔 일가견 있는 감독이다.

"서스펜스와 스릴이 넘치는 스토리는 영화로 만들기에 안성마춤이다. 공포와 미스테리가 섞인,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감독의 말이다.〈왓 라이즈 비니스〉는 참으로 많은 곁가지들을 거느린다. 유령이 집안을 휘젓고 다니며 아내는 남편이 부정을 저질렀던 사실을 상기하면서 그가 살인까지 서슴지 않았을 것이라 의심한다. 심지어 죽은 이의 시신이 등장해 직접 복수극에 일조하기도 한다. 너무 장황한 감이 있다.

영화는 초반에 미스테리로 출발했다가 괴담식 공포물로, 그리고 스릴러로 차례로 변주되기에 이르고 결말 부분에 가선 전형적인 공포물로 안착한다. 우리는 여기서 등장인물 중 하나가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실은 정신나간 '사이코'(!)
였음을 알게 된다. 이 수많은 과정을 통과하면서 놀랍다기보다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영화에서 미셸 파이퍼는 호연을 펼친다. 평소엔 평범한 가정주부지만 막상 죽은 여학생의 혼령이 씌운 상태에선 서슬퍼런 광기를 드러내곤 한다.〈배트맨2〉이후 가장 인상적인 연기인 것 같다. 그럼에도〈왓 라이즈 비니스〉는 히치콕의 영향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내진 못한다. 무엇보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영화 속 캐릭터의 극단적 심리와 공포심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역시 그는 좀더 가볍고, 유머러스한 영화가 잘 어울린다.〈죽어야 사는 여자〉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과거의 저메키스에 대한 향수를 더욱 진하게 느끼지 않을까. 30일 개봉

Joins 엔터테인먼트 섹션 참조 (http://enzon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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