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던 반도체 주식 급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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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거래소 시장이 9일 연속 하락세에서 벗어나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4.91포인트 오른 606.08로 마감됐다. 코스닥시장도 이날 닷새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날 오름세를 놓고 증시전문가들 사이에는 '상승세 전환' 인지, '단순한 기술적 반등' 인지를 놓고 진단이 엇갈렸다.

일단 이날 상승세는 그동안 폭락한 반도체 주식이 반등한 데 힙입은 것으로, 반도체 주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가총액 비중이 25%에 이르는 반도체 주식의 향방이 국내 증시 움직임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반도체 주가의 상승은 그동안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한 데다 미국에서 반도체 주식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전환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주가의 하락폭이 컸던 만큼 상승 여지는 있으나 상승세를 탔다고 말하기에는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기술적 반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 왜 올랐나〓20일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주가 급등은 외국인들이 대량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주가는 각각 10.6%, 14.8% 올랐다.

전날 미국 반도체 주가도 투자 등급 상향 조정에 힘입어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12.5% 상승한 것을 비롯, 인텔과 AMD가 8.2%, 14.5% 올랐다.

이는 지난 13일 인텔과 AMD의 투자등급을 '강력매수' 에서 '중립' 으로 두 단계나 떨어뜨렸던 BOA의 리처드 휘팅턴 애널리스트가 1주일도 안돼 투자등급을 '매수' 로 한 단계 올렸기 때문이다.

BOA는 인텔과 AMD의 목표가격도 70달러, 40달러로 30% 가량 상향 조정했다.

◇ 상승 이어질까〓주가 급등과는 반대로 반도체 가격은 하락했다. 19일 현물시장에서 64메가D램 가격은 6달러60센트로 마감돼 전날보다 28센트 하락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치(38만8천원)를 기록했던 지난 7월 13일(8달러96센트)보다는 2달러36센트 하락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수익성이 반도체 가격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한 반도체 주가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반도체가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전자가 40%, 현대전자가 84%로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반도체 기업의 투자등급이 상향된 것은 반도체 전망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주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 이라며 "4분기에 수요가 늘어나며 반도체 가격 상승이 예상되나 내년 1분기에는 수요 감소와 함께 반도체 가격도 떨어질 것" 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 하정헌 연구위원도 "삼성전자의 수익성은 좋으나 삼성전기 주식 매입 등에서 보듯 경영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 면서 삼성전자 투자등급을 '강력매수' 에서 '매수' 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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