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코리아' 펀드의 후예 대형주 위주에 기업 탐방 중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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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호 21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잃어버린 한국을 되찾자’는 의미를 담은 ‘바이코리아(Buy Korea)’ 열풍이 불었다. 그 중심에는 1999년 3월 출시된 현대투자신탁운용의 바이코리아펀드가 있었다. 일개 금융상품 이름이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그늘에서 신음하던 상황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넉 달 만에 10조원 넘는 돈이 펀드에 몰렸다. 게다가 그해 말까지 7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투자자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환호도 잠시, 이듬해 국내외에 몰아닥친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속에서 수익률은 마이너스 50%로 급반전했다.
투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현대투자신탁운용이 2003년 외국계 푸르덴셜금융그룹으로 넘어가면서 투자자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갔다. 이후 푸르덴셜자산운용은 나폴레옹정통주식형펀드로 이름을 바꿔 명맥을 이어 왔다.
그런 바이코리아펀드가 한화자산운용의 코리아레전드펀드로 거듭 태어났다. 지난해 한화투신운용과 푸르덴셜자산운용이 합병해 탄생한 한화자산운용은 ‘과거의 명성을 잇겠다’는 포부로 이름을 바꿨다. 철저한 조사분석으로 발굴한 저평가 기업에 장기 투자한다는 당초의 투자철학을 고수하면서 투자전략을 손봤다. 한화자산운용의 최고경영자(CEO) 강신우 대표는 바이코리아펀드를 운용했던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펀드 운용은 최상현 주식운용1팀장이 맡고 있다. 그는 “90여 건에 달하던 투자종목을 60여 건으로 줄여 이전보다 펀드의 투자 성향이 잘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전략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자산 배분을 구축하는 것이다. 다만 중소형주의 경우 깊이 있는 기업 분석을 통해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과감히 베팅해 추가 수익을 노린다. 특히 애널리스트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펀드매니저들이 직접 기업을 탐방해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
27일 기준으로 최근 1년 수익률은 -6.1%다. 최 팀장은 “ 단순 수익률은 마이너스이지만 다른 펀드와 비교하면 지난해 1년간 국내 일반주식형 펀드 중 상위 25% 안에 든다”고 말했다. 올 들어서는 수익률 7.3%로 성적이 좋은 편이다. 1999년 출시 후 12년간 통산 419.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설정액은 1843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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