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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난치병 이긴 감동의 선수들

중앙일보

입력

부상도 난치병도 잠시 고통을 안겨줄 뿐 그들을 영원히 주저앉힐 수는 없었다.

인간 의지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감동적인 승리의 드라마들이 시드니올림픽 현장에서 속속 연출하고 있다.

지난 16일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애틀랜타 올림픽우승자인 중국의 왕위푸를 꺾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건 프랑스의 '총잡이' 프랑크 뒤물랭(27).

그는 1년전 오토바이 사고로 한쪽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휠체어 없이는 거동도 불편했던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늘 예민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훈련이 필수인 사격선수에게는 치명적인 부상.

그러나 뒤물랭은 올림픽 우승에 대한 집념을 불사르며 재활에 필사적으로 매달렸고 결국 모두가 '불가능' 이라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마치 복싱경기에서 KO펀치로 경기를 마무리 지은 기분" 이라는 그의 우승소감처럼 역경을 시원스레 날려버린 한 장면이었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미국선수단의 기수로 등장했던 카약의 클리프 미들(34)은 그 존재 자체가 인간 승리의 표본이다.

미들은 20세때인 14년전 배관보수 작업중 벼락을 맞아 무려 3만볼트의 전류에 감전, 두개골과 등이 심하게 파열됐고 발가락은 모두 절단해야만 했다.

그는 재활훈련으로 휠체어 신세는 벗어날 수 있었으나 달리기나 심한 운동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결국 그가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생각해 낸 운동이 앉아서도 할 수 있는 '카약' .

쉴새없는 운동으로 그의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는 꿈에 그리던 대표팀의 일원이 됐다.

그리고 이번 시드니에서는 마침내 운동 선수들이라면 일생의 영광으로 여기는 올림픽대표팀의 기수로 발탁된 것이다.

도로사이클의 세계적 스타인 랜스 암스트롱(29.미국)은 생존율 50%이하라는 고환암과의 사투를 극복하고 시드니 올림픽에 나서고 있다.

암스트롱은 고환과 뇌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3년여에 걸친 항암치료 끝에 재기했고 지난 7월 세계 최고권위의 프랑스 도로사이클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 를 2연패해 전세계를 감동시켰다. 암스트롱은 이번 대회에서 개인속도와 개인도로 부문에 도전한다.

또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리면서도 여자 육상 4백m에서 올림픽 3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프랑스의 마리 호세 페레(32), 악성빈혈을 딛고 여자 중거리 육상에 나서는 에이미 루돌프와 맹인에 가까운 시력으로 남자 육상 1천5백m에 도전하는 말라 러년(이상 미국) 역시 인간승리의 주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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