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새벽에 교회가는데 누가 골목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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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세연(左), 이재오(右)

한나라당에서 현 정부 실세 용퇴론이 다시 제기됐다. 한나라당 쇄신파인 김세연 비상대책위원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이토록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게 만든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이제 그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이 볼 때 이런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거듭 태어나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그는 ‘불신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각자 스스로 판단할 영역”이라며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의 발언은 이상돈 비대위원의 ‘이재오·이상득 의원 용퇴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비대위원은 지난해 12월 2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오 의원은 현 정권의 실세로서 국정 실패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4·11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었다. 또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상득 의원에 대해선 자진 탈당을 요구한 바 있다.

 이날 김 비대위원이 또다시 용퇴론을 꺼내들자 당내에선 총선 공천을 앞두고 이명박계와 박근혜계의 갈등이 재점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새벽에 교회를 가는데 누가 골목에서 불쑥 편지 한 장을 주고는 휙 가 버린다”며 “내용은 누군가 ‘천동(天動)인지 지동(地動)인지 모르고 날뛴다’는 것이다. 시골에서 어른들이 철없이 나대는 아이들을 보고 ‘천똥인지 지똥인지 모르고 설친다’고 한다”는 글을 올려 불편한 심기를 에둘러 내비쳤다.

 쇄신파가 강경 발언을 내놓은 데 대해 당내에선 한나라당의 쇄신 노력이 악재에 뒤덮여 묻혀버리는 일을 피하기 위한 시도란 분석이 나왔다.

 김 비대위원은 논란이 커지자 “특정인을 겨냥한 게 아니라 일반론적인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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