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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엔 비행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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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윤석만
사회부문 기자

감사원이 전국 82개 대학의 농어촌특별전형에 대한 감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그 실태는 기가 막힌다. 공항 활주로나 고추밭으로 주소를 허위 이전한 사례도 있고, 농어촌 학교를 알선하는 컨설팅학원도 생겼다. 일부 고교는 위장전입을 알면서도 입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를 묵인했다. 책임질 사람들은 많지만 감사원 지적을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곳은 교과부다.

 감사원은 교과부에 대해 “적절한 실태 조사와 개선 없이 제도를 방치하고 타인의 대학진학 기회를 제한해 부당 합격자를 양산했다”며 엄중한 주의를 촉구했다. 더욱이 교과부는 감사원 발표 직전까지도 해당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교과부 감사관은 “감사 내용을 전달받지 못해 전혀 알 수 없다”는 말만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간 진행상황을 보면 교과부의 이 같은 태도는 직무유기다. 감사원은 2010년 9월 사전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5월부터는 본격 감사를 시작했다. 감사원이 사전조사에 나서기 한 달 전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여 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교과부에는 1년 반이라는 시간 여유가 있었던 셈이다.

 교과부가 제대로 실태를 파악하지도, 변변한 개선책을 내지도 않는 사이 두 번의 입시가 치러졌다. 수백 명 부정입학이 발생했고, 그만큼의 진짜 농어촌 학생들이 피해를 봤다. 더욱 한심한 것은 농어촌특별전형 감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1년 교과부는 자체 감사(1998~2001학년도)에서 농어촌특별전형으로 부정입학한 47명(5개교)을 적발했다. 그러고는 손을 놓고 있었다. 그사이 10년간 부정입학자는 10배(2009~2011학년도 479명)로 늘었다.

 이 제도는 1995년 도입됐다. 교육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학생에게 대학진학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지금은 성년이 되는 학생들이 남의 권리를 빼앗아 이득을 취하는 편법의 수단이 됐다.

 교과부는 지금이라도 정당한 권리를 빼앗긴 농어촌 학생들에게 다시 대학진학의 기회를 열어주고 미래의 꿈을 키워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진짜 농어촌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규정을 정비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교과부가 아니면 이를 맡길 기관이 없다는 점 때문에 국민을 절망케 해선 안 된다.

윤석만 사회부문 기자

◆농어촌특별전형=농어촌 학생을 배려하고 교육격차로 인한 이농현상을 막기 위해 실시. 전체 정원의 2%까지 정원 외로 뽑을 수 있던 것을 1997학년도 3%, 2006학년도부터 4%로 늘렸다. 모집정원은 첫해 5104명, 지난해 1만2839명이다. 도입 초기 농어촌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편법 이용자가 늘면서 부작용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