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은행 백중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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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하나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사 중 몇 위로 도약하게 될까. 27일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승인을 얻어내면서 금융권의 달라진 순위표에 관심이 쏠린다.

 총자산으로 볼 때 1위는 여전히 우리금융이다. 2010년 KB금융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선 우리금융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도 국내 금융권 전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가 어딘지는 계산법에 따라 달라진다. 자산을 회사 돈(고유계정)만 가지고 따지면 신한지주가 2위(292조3000억원),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하나금융이 3위(290조7000억원)가 된다. 하지만 회사 돈과 고객 돈(신탁계정과 수탁자산)을 모두 합친 그룹 총자산에선 하나금융(366조5000억원)이 2위, KB금융(363조6000억원)이 3위다. 신한지주(337조3000억원)는 4위로 밀린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KB금융은 은행 신탁, 하나금융은 증권 수탁자산(AUM) 규모가 커서 이를 모두 합치면 신한을 앞선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다른 덩치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은행의 총 대출금(167조4000억원)은 우리은행에 이어 2위, 총 예수금(166조1000억원)은 우리·국민은행에 이은 3위로 올라선다. 해외 점포수(36개)에서는 크게 차이 나는 1위다.

 다른 금융지주사는 겉으로는 “자산 순위는 중요한 게 아니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중복자산을 고려하면 실제 총 자산 규모는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만년 4위였던 하나금융의 부상이 내심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한참 처져 있던 하나금융이 커지는 것에 대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올 초 신년사에서 “금융업계 판도가 백중지세의 4강 체제로 굳혀지면 우리의 국내 1위 지위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성장전략을 강조했다. ‘빅4’의 덩치가 비슷비슷하다 보니 영업실적에 따라 순위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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