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전훈지로 일본 고치시만 가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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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이 지난 3일 고양 국가대표훈련장에서 열린 신년훈련에서 타격을 지도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는 15일부터 일본 고치현(高知縣) 고치시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팀을 이끌고 있는 김성근(70) 감독은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 감독은 25일 “오후에 티배팅을 지켜보다가 허벅지에 공을 맞았다. 지금 얼음찜질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걸을 때마다 통증이 있지만 그래도 훈련하러 나가봐야 한다. 여긴 훈련할 분위기가 갖춰 있어서 더 움직이게 된다”며 고치시의 전지훈련장을 칭찬했다.

 김 감독은 2006년 늦가을 고치와 인연을 맺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강훈련을 통해 무명 선수들을 1군 선수로 키워냈다. 2011년 초까지 SK는 고치에서 마무리훈련과 전지훈련을 했다. 야구장 두 개를 빌려 훈련이 멈추지 않게 했다.

 김 감독은 하루에 수천 개씩 펑고(fungo:수비수의 능력을 향상 시키기 위한 훈련)를 치려면 야구장 두 개를 동시에 써야 하는데 국내엔 그런 여건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이 거의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2011년 스프링캠프 때도 고치에 왔다. 그는 당시 “고치는 SK의 시작이자 전부다. 2007년 SK에 부임한 뒤 여기서 땀을 흘렸다.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의 텃밭이다. 두 개 구장을 동시에 사용하는 동안 SK가 강팀이 됐다”며 고치시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고양 원더스의 초대 사령탑에 오른 뒤 고치시를 전지훈련지로 택했다.

 고양 원더스를 대하는 고치시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다. 경기장 사용료를 할인해 줄 뿐만 아니라 성금을 거둬주기도 한다. 김 감독의 팬이 된 마사나오 오자키 고치현 도지사는 고양 원더스 후원회를 결성해 100만 엔(약 1400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이 돈은 고양 원더스의 훈련비로 쓰이고 있다.

 김 감독은 “고치시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운동장도 보수해 준다. 고치 공무원들이 사비를 모아 환영식도 열어주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고치시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우승의 기운이 가득한 곳’으로 통한다. 김 감독은 “1996년 오릭스, 2003년 소프트뱅크가 일본시리즈 우승을 할 때 이 곳을 거쳐갔다. 약팀으로 분류되던 팀이 우승팀으로 도약한 ‘혼’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국내 지자체를 떠올리며 “고치시에 와서 연수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내 지자체들도 프로구단의 훈련을 유치하기 위해 홍보를 한다. 하지만 지역 단체장이 홍보할 때 공언했던 지원책은 실제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김 감독은 “대부분의 지자체가 ‘야구단 유치를 희망한다’는 말만 한다. 하지만 경기장 보수는 뒷전이다. 환경을 먼저 만들어 놓고 손님을 받아야 하지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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