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 맞는 고혈압약 … 신장·간 부담 덜면서 혈압은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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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진단을 받고 2년 째 약을 복용하고 있는 김상호(65 서울 성동구)씨. 요즘 부쩍 약 먹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고혈압으로 진단받았던 지인이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고 간신히 살아났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다. 혈압이 높은데도 만만히 생각했다가 고혈압 합병증으로 몸이 망가져버린 것. 김씨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고혈압이 갑자기 무서워졌다.

고혈압은 만만하다?

고혈압은 50세 이상 노인이 흔하게 앓는 성인병이다. 2010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50대 성인 10명 중 3명은 고혈압 환자다. 60대는 10명 중 5명이, 70대 이상은 10명 중 6명이 고혈압이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고혈압 환자도 늘고 있는 셈. 혈압이 높다는 것만으로는 신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없다. 하지만 혈압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하면 혈관이 좁아지거나 혈전(피떡)이 갑자기 혈관을 막아 뇌졸중·동맥경화·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고혈압 합병증을 유발한다.

 고혈압으로 진단받았다면 생활습관부터 점검해야 한다. 나트륨(소금)의 섭취를 줄인다. 혈압을 높이는 담배와 술도 끊는다. 담배 1개비를 피우면 약 15분간 본래 자기 혈압보다 5~10㎜Hg 정도 높은 상태를 유지했다가 회복된다. 만일 하루에 담배 1갑(20개비)을 피운다고 가정하면 깨어있는 시간 중 5시간은 평소보다 혈압이 높은 상태로 생활하는 셈이다.

 확실한 혈압 조절 방법은 단연 약물요법이다. 중요한 것은 약효가 24시간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약을 먹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

 고혈압관리협회에 따르면 목표 혈압을 제대로 관리하는 고혈압환자는 12.5%에 불과했다. 노인임상의학회 박창규 교육이사(고려대의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는 “고혈압은 약을 잘 먹는 복약순응도가 가장 중요하므로 이에 대한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동맥 탄력성 떨어지는 노년기 더 조심해야

문제는 같은 고혈압이라도 나이에 따라 고혈압 증상이 다르다는 점. 나이가 많아지면 중년보다 혈압관리가 어렵다. 예전보다 신체기능이 떨어진데다가 약효도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

무턱대고 혈압을 낮출 수도 없다. 동맥 탄력성이 떨어져 수축기 혈압은 올라가고 이완기 혈압은 유지되는 노인 고혈압의 특성 때문이다. 혈압을 너무 많이 낮추면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저혈압이 올 수 있다. 이밖에 노년기에는 당뇨병·고지혈증 같은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그만큼 심장과 혈관에 부담이 높아져 고혈압 합병증에 더 취약하다.

 이에 맞춰 약도 진화하고 있다. ARB계열의 혈압약이 대표적이다. 혈압을 높이는 효소의 활동을 막는 방식으로 혈압을 낮춘다. 다른 계열의 고혈압 약물보다 신장 같은 표적 장기 손상을 줄였다. 신체기능이 떨어진 노인은 장기가 매우 약하다. 뇌졸중 사망률이 줄었다는 임상결과도 있다. 뇌졸중은 노인 고혈압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합병증 중 하나다.

 요즘엔 한국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쳐 한국인에게 최적화한 약도 개발됐다. 바로 보령제약의 ‘카나브’(Kanarb·고혈압 약의 황제라는 의미)다. 가장 진보한 ARB계열 약물이다. 보령제약은 12년간의 연구 끝에 카나브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최초, 세계 여덟 번째 고혈압 신약이다. 이 약이 개발되기 전까지 국내 고혈압환자들은 외국에서 개발한 약을 복용해 왔다.

 약효도 뛰어나다. 임상실험 결과 비슷한 고혈압 치료제(로살탄 계열)와 비교해 20% 이상 높은 혈압강하 효과를 보였다. 약을 먹을 때 생기는 염증을 줄여 장기(신장·간) 손상을 최소화한 것도 특징이다.

 경제적인 가격도 매력적이다.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고혈압 특성상 약값은 환자에게 부담이다. 카나브는 외국 신약과 비교해 약효는 좋은데도 약값이 20%가량 저렴하다. 지난해 12월에는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기술대상에서 ‘10대 신기술’에 선정되기도 했다.

 카나브의 변신은 끝나지 않았다. 이뇨작용으로 혈압을 낮추거나 혈관을 넓히는 성분을 추가할 예정이다. 약효를 높이면서 여러 개의 약을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 환자의 편의성을 높인다. 보령제약은 복합제 고혈압약을 개발을 위해 현재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 내년 상반기 무렵엔 시판한다는 계획이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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