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입문 이한구, 폭풍트윗 김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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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용역 트윗형

공천이 신경은 쓰이지만 본인이 하긴 귀찮아 보좌진을 시키는 의원. 일부 의원은 아예 보좌진에게 태블릿PC 사준다는 소문도.

벼락치기 트윗형

공천 반영된다는 소식에 갑자기 트위터에 열을 올리는 의원. 허원제 의원은 작년 12월 한 달간 6건 올리다 올 1월 2주간 77건 올려.

오프라인 잔류형

공천 반영 여부와 상관없이 아예 트위터 계정 없거나 사용 중단한 의원. 대구 출신 홍사덕·이명규 의원은 아직 계정도 없어.

한나라당이 SNS 활동을 공천에 반영키로 하면서 의원들의 트윗질에 가속도가 붙었다. 사진은 현재 ‘SNS 역량지수’ 1위로 알려진 정옥임 의원이 트윗하는 모습. [김형수 기자]

“트위터 하세요? 우리 의원님 팔로잉 좀 해주세요.”

 최근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이 일부 출입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의원의 트위터 친구가 돼 달라는 일종의 ‘청탁’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 9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4·11 총선 후보자 공천 심사 항목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지수를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100점 만점의 공천 점수 중 2점(2%)을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 활동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본지 1월 17일자 3면>

 그러자 최대한 인맥을 동원해 ‘팔로어 수’(자신의 메시지를 받아보는 다른 사람 수)를 높여 고득점을 올리려는 궁여지책(窮餘之策)까지 등장하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엔 ‘트위터 공천’ 소식이 알려지면서 갑자기 트윗질(트위터 사용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에 열을 올리는 의원이 늘었다. 지난해 1년 동안 모두 6건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던 김무성 의원은 지난 12일 이후 2주가 채 안 돼 25개가 넘는 멘션을 날렸다. 허원제 의원도 지난해 12월에는 6건에 그쳤지만 지난 14일 이후로는 77건이 넘었다. 공천과 SNS가 연계된 직후 ‘광(狂)트윗질’에 발동을 건 셈이다. 트위터에 새로 입문(이한구·유재중 의원)하거나 한동안 중단했던 트위터를 다시 시작(주호영·조원진 의원)한 의원도 있다.

지난 22일부터 박종근 의원이 146명이 넘는 자신의 팔로어에게 “선팔(먼저 팔로잉 하는 것) 감사합니다”라고 멘션을 보낸 것도 ‘팔로어 수=점수’인 상황을 반영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트위터 열풍이 잠잠한 곳이 있다. 대구 출신 홍사덕·이명규 의원은 아직 트위터 계정이 없고, 유승민·주성영 의원은 사용을 멈춘 뒤 재가동을 않고 있다. 반면 부산 의원은 대부분 트위터에 열심이다. 민주통합당 ‘투문’(문재인·문성근)이 상륙한 부산과 여전히 한나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대구의 분위기가 다른 셈이다.

 보좌진에게 대신 SNS를 관리하게 하는 ‘꼼수’도 등장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 트위터에는 해당 의원이 직접 올린 글에 ‘의원님의 저서’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당연히 ‘대리 트윗질’ 논란이 일었다. 이 의원 측은 뒤늦게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소통하려는 노력 없이 공천 점수만 얻으려던 꼼수가 들통나고 말았다. 일부 의원은 보좌진에게 트위터 관리용 태블릿PC를 보급했다거나 팔로어 수를 확대하려고 1개당 100원씩 트위터 계정을 사들였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이에 대해 조현정 비대위 눈높이위원장은 25일 “(트위터 계정의) 거래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적발될 경우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벼락치기’ 트위터 사용에 대해선 불이익을 주지 않을 방침이다. 조 비대위원은 “SNS 활동을 공천에 반영하는 건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려는 것”이라며 “(벼락치기 여부와 상관없이) 공천 심사 전에 한 것이면 실적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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