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시험 아닙니다 … 한나라 공천 트위터 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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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이젠 수학 실력 웬만해선 공천받기도 어려울 판이다. 한나라당이 4·11 총선 후보자 공천 심사에 복잡한 수학공식을 적용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지수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NS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해 유권자와 소통하는지를 ∑(시그마)와 log(로그)를 넣어 계산하겠다는 것이니, 이거 모르면 어떻게 뛰어야 할지 방향잡기도 어렵다. 취지는 현역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의 SNS 활동을 공정하게 측정하자는 거다.

이준석 한나라당 비대위원이 만든 ‘SNS 역량지수’.

 16일 이준석 한나라당 비대위원에 따르면 현재 눈높이위원회에서 검토 중인 ‘SNS 역량지수’ 산출공식은 ‘X=log[(팔로어 수+팔로잉 수)/1000]/10+1}×∑[1+트윗 수+리트윗 수/100]}’이다. ‘팔로어 수’(자신의 메시지를 받아보는 다른 사람 수)와 ‘팔로잉 수’(내가 메시지를 받아보는 다른 사람 수)가 포함된 좌항은 ‘인맥의 넓이’를 측정한다. 얼마나 많은 트위터 사용자와 관계를 맺고 있느냐를 가늠하는 수치다.

반면 ‘트윗 수’(내가 올린 글의 수)와 ‘리트윗 수’(다른 사람이 내 글을 올린 수)가 포함된 우항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소통을 했느냐를 측정한다. 당초 검토되던 ‘X=(팔로어 수-팔로잉 수)+팔로어 수×0.1+트윗량×0.1+리트윗 수’에 비해 난이도가 한층 높다.

▶<중앙일보 1월 11일자 3면>

 이준석 비대위원은 “기존에 알려진 식을 오용하려는 사람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통을 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고 팔로잉 수를 삭제하는 식으로 점수만 올리려는 사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점수만 좋게 받으려는 ‘꼼수’를 최대한 가려 내겠다는 얘기다. 그는 또 “현역 의원 150명의 트위터를 조사해 본 결과 기존 방식을 적용하면 신인이 기득권자를 절대 극복할 수 없었다”며 “신인이 불리하지 않게 공식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를 ‘공천의 과학화’로 내세우는 분위기다. 이 비대위원의 ‘수학 두뇌’ 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서울과학고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SNS 수치를 자동집계할 수 있는 기술이 걸림돌”이라며 “계수조정이 될 수는 있지만 방향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눈높이위원회는 17일 논의를 거쳐 19일 비대위 전체회의에 SNS 역량지수를 보고한다.

허진·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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