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특집극 '갑수씨의…' 가족의 소중함 그려

중앙일보

입력

추석 특집 드라마는 항상 가족 문제를 다룬다. 흩어진 식구들이 모이는 명절을 계기 삼아 급속히 해체되는 가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자는 취지다. 또한 추석이란 즐거운 연휴를 감안해 내용도 가급적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주제는 무겁되, 내용은 가볍게 한다는 뜻이다.

13일 오전 10시40분부터 2부작으로 방송되는 MBC〈갑수씨의 보름달〉(최순식 극본·최낙권 연출)도 이같은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75세 면장 출신인 김갑수(백일섭)옹이 다섯 자녀들을 호통치면서 가족애를 가르친다는 줄거리다.

작가는〈도시인〉〈못잊어〉〈행복〉등을 집필했던 최순식씨. 지난해 성탄절 특집극〈춤추는 크리스마스〉를 연출했던 최낙권 PD가 메가폰을 잡았다.

드라마는 추석을 며칠 앞둔 김옹의 생일날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김옹은 충청도에서 30여년간 면장 노릇을 하다 정년 퇴직 후 혼자된 맏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생일 잔치상엔 배가 남산처럼 부른 막내 며느리만 빼고 3남 2녀의 자녀들이 각자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아버지의 생일잔치에 불참하게 된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김옹. 죽기 전에 자식들을 사람답게 만들겠다며 서울로 올라간다.

물론 자녀들도 사정이 있다. 우선 장녀 자영(이미경)은 평범한 가정주부로 편안하게 살아왔지만 갑작스런 남편의 실직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차남 태호(길용우)는 부장까지 승진하며 회사생활을 그럭저럭 잘 꾸려가고 있으나 나이 마흔네 살이 되도록 미혼이다. 차녀 자경(이혜숙)은 무명 소설가. 대학 동기동창인 남편과 갈등이 많고 이혼 직전의 상태다. 막내 아들 태남(김정균)도 속을 썩이기는 마찬가지다.

자동차 정비기사로 어릴 적부터 집안의 말썽꾸러기였던 그는 이른 나이에 결혼했으나 요즘 노름 등 옛날 습관이 살아나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다.

이윽고 김옹이 칼을 든다. 차남 태호를 찾아가 죽은 형 대신 장남 노릇을 하라고 호통치고, 이혼 직전인 차녀에겐 부부란 성격을 맞춰가며 사는 것이라며 훈계를 한다. 그러는 도중 급성 뇌졸중 증세로 쓰러진다.

이후 열린 긴급 가족회의. 아버지를 모실 사람이 필요하나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를 않는다. 이런 꼴 저런 꼴 다 보기가 싫은 김옹. 늙으면 죽어야 한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추석 홈드라마답게 결론은 역시 해피엔딩이다.

막내 태남이 고향에 새로 정비소를 차리며 가족들은 화해의 눈짓을 나누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따뜻한 가족애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최PD는 "가정이 해체되고 정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우리가 돌아갈 귀착점은 가족이라는 점을 활달하게 그리려고 했다"고 말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