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임진년 새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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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호 39면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앳된 얼굴 솟아라.”
젊을 적 신나게 불렀던 노랫말에 나오는 그런 해가 떴습니다.
털모자에 장갑 꼭 끼고, 목도리 겹으로 두르고, 이마에 랜턴 달고, 바쁜 걸음으로 새벽 길 밝혀 산에 올랐습니다.
새해맞이용 멋진 해돋이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그다지 멋져 보이진 않습니다.
사실 요 며칠 이 산 저 산 올랐으나 똑소리나는 해돋이를 보지 못했습니다.
날씨가 그랬나 봅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아무리 열심히 공들였다 해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결과에 대해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스스로 긍정하면 속이 편합니다.
오늘은 새벽부터 신나게 땀 흘려 좋았고, 서쪽에 지는 달과 동쪽에 뜨는 해를 동시에 볼 수 있어 좋았고,
새까매서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를 곳에서 발그레한 해가 솟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바라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모든 일을 맑은 마음으로 본다면 다 행복한 순간들입니다.
‘두려움 없는 긍정의 마음’으로 한 해를 맞이하자고, 붉은 해가 하얗게 될 때까지 두 손 모아 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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