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재검표, 페리 사퇴 … 롬니 대선가도 ‘트리플 악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게 19일(현지시간) 악재 3개가 잇따라 밀려들었다.

 첫 뉴스는 아이오와에서 나왔다. 지난 3일 치러진 공화당의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의 결과가 재검표에서 뒤집혔다. 당시 롬니가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을 8표 차로 이겼다고 발표됐지만 재검표를 한 결과 되레 샌토럼이 34표를 이긴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아이오와 공화당 선관위는 재검표를 할 즈음 1774개 선거구 중 8개 선거구의 투표용지가 분실됐다는 이유로 샌토럼을 승자로 공식 발표하진 않을 예정이다. 롬니 선거캠프 측은 재검표 결과 샌토럼이 사실상 승리했다는 발표 뒤 성명을 내고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가 실질적으로 무승부였음이 다시 입증됐다”며 “샌토럼이 아이오와주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뒀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무승부’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뒤바뀐 승부에 신경이 쓰인 셈이다.

 또 다른 악재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의 갑작스러운 경선 포기 선언이다. 페리 후보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이틀 앞두고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빠지겠다고 밝혔다. 아이오와에서 하위권으로 추락한 뒤 페리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명예 회복을 하겠다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도 불참한 채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올인해 왔다. 하지만 잇따른 여론조사에서 페리는 롬니·뉴트 깅그리치·샌토럼·론 폴에 이어 최하위로 처졌다. 미국 언론들은 페리가 중도 하차함에 따라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에 큰 변수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롬니에 강한 대립각을 세워온 만큼 페리의 표가 깅그리치와 샌토럼 등 반(反)롬니 후보에게 보태질 수 있기 때문이다.

AFP 통신은 페리가 깅그리치를 공식 지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3연승을 선언한 뒤 대세론을 굳히려던 롬니에게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세금 관련 의혹도 롬니에겐 부담이다. 조세 피난처에서 자산을 운용하고, 근로자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은 사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10%포인트 이상 2위 후보와 격차를 벌렸던 롬니는 17일 밤 이뤄진 전국 단위의 라스무센 여론조사에서 30%로, 깅그리치(27%)에게 불과 3%포인트 차의 추격을 허용했다. 롬니의 세금 문제는 16일 TV토론회에서 처음 불거졌다. 미국에서는 근로소득에 최고 35%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롬니의 소득세율은 15%로 20%포인트가 낮다. 롬니는 “지난 10년간 발생한 내 소득은 근로소득이 아닌 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깅그리치는 “롬니가 숨기는 세금 기록이 있는 것 같다”며 “세금 납부 내역을 하루빨리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특히 ABC뉴스는 롬니가 조세 피난처로 유명한 카리브해 연안의 케이맨 군도에 12개 투자펀드를 갖고 있었고, 총액도 8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롬니와 같은 백만장자가 교사나 경찰, 건설현장 근로자보다도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은 ‘롬니의 법’”이라고 공세를 퍼붓고 나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