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해롭다더니, 전자담배서 발암물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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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0년 넘게 담배를 피워 온 직장인 손모(37)씨는 지난해부터 전자담배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전자담배는 카트리지에 니코틴 농축액을 넣어 기체상태로 흡입하는 방식이다. 손씨는 “담배가 몸에 안 좋은 건 알지만 당장 끊기는 힘든 것 같다”며 “담배보다 훨씬 덜 해로운 전자담배를 피우면서 서서히 금연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흡연가들이 금연보조제나 ‘덜 해로운 담배’로 여기는 전자담배에 발암물질과 환경호르몬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첫 연구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19일 국내에서 판매되는 13개 회사의 121개 전자담배(액상) 제품을 분석한 ‘전자담배의 유해성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니코틴 함량은 1mL당 0.012~36.15㎎까지 검출됐다. 일반담배 1개비당 니코틴 함량이 0.05㎎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723개비에 해당하는 양인 셈이다.

 제품별 니코틴 함량 표기도 부정확했다. 니코틴 함량이 ㎎단위로만 표기돼 있어 이 함량이 mL당인지, 전체 용기에 함유된 양인지 알 수 없다. 표기 함량보다 최대 4배까지 니코틴이 많은 제품도 있었다.

 또 조사대상 전 제품에서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발암물질로 분류하는 아세트알데히드가 검출됐다. 술을 마셨을 때 머리를 아프게 하는 물질로 지속적으로 흡입하면 폐나 만성호흡기 질환 등을 유발한다.

 103개 제품에선 독성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첨가제로도 들어갈 수 있지만 제조·보관 중에 자연 생성될 수도 있다. 오래 흡입하면 몸 안에 독성이 쌓이게 된다.

 내분비계에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인 디에틸프탈레이트(DEP)는 82개 제품에서, 디에틸핵실프탈레이트(DEHP)는 15개 제품에서 검출됐다. 특히 DEHP는 유럽 등에서 아예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성분이다.

 2004년 중국에서 처음 개발된 전자담배는 국내 73개 업체(2010년 기준)가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2010년 한 해 매출은 30억원가량이다. 전자담배 이용자가 늘고 있으나 니코틴 함량이나 성분·광고 등을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재 전자담배를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복지부 최종희 금연정책TF팀장은 “전자담배 소비가 급증하고 있어 제조부터 허가·판매·유통을 총괄하는 관리가 시급하다”며 “우선 니코틴 함량부터 일관된 기준과 표기 방법을 마련해 소비자가 제대로 알고 사용하도록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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